황의동과 임옥균의 저술 비교1 – 저자 소개와 목차

#5. 황의동과 임옥균의 저술 비교1 – 저자 소개와 목차

2. 황의동의 『율곡 이이』와 임옥균의 『이이』

2.1 율곡을 소개한 두 권의 개론서

2007년은 율곡 연구에 있어서 다소 특이한 해이다. 주목할 만한 개론서 2권이 이해에 동시에 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권은 살림출판사에서 발간한 『율곡 이이』이며 다른 한권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이이』이다. 전자는 오랫동안 율곡을 연구해온 황의동이 집필한 책으로 정식 제목은 『율곡 이이-성리학과 실학을 겸비한 실천적 지성』이다. 후자는 중국 철학을 전공한 임옥균이 지은 책으로 정식제목은 『이이-정치적 실천철학의 완성』이다.
황의동의 책은 살림출판사에서 ‘e시대의 절대사상’이라는 고전 시리즈의 한 권으로 기획되었으며, 임옥균의 책은 성대 출판부에서 유학사상가 총서 시리즈 중 한권으로 기획되었다. 이 두 책이 부제목도 매우 유사하다. 황의동의 책은 ‘성리학과 실학을 겸비한 실천적 지성’이며 임옥균의 책은 ‘정치적 실천철학의 완성’이다. 율곡을 가리켜 ‘실천적 지성’ 혹은 ‘실천철학의 완성자’라 지칭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권의 개론서를 소개하고, 비교해보기로 한다.

2.2 저자 소개

황의동(黃義東, 호는 태암台巖, 1949∽)은 세종시 연동면 출신으로 대전 보문고,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충남대 대학원에서 율곡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주대 철학과와 충남대 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2014년 정년퇴임하였다. 그는 율곡 사상과 한국 유교와 관련하여 다수의 저술을 발표하였는데, 주요 저서는 다음과 같다.

1) 『율곡철학연구』, 경문사, 1987
2) 『한국사상』, 청주대출판부, 1990
3) 『한국의 유학사상』, 서광사, 1995
4) 『율곡사상의 체계적 이해1, 2』, 서광사, 1998
5) 『율곡학의 선구와 후예』, 예문서원, 1999
6) 『유교와 현대의 대화』, 예문서원, 2002
7) 『한국의 사상가 10인, 율곡 이이』, 예문서원, 2002
8) 『위기의 시대 유학의 역할』, 서광사, 2004
9) 『우계학파 연구』, 서광사, 2005
10) 『율곡 이이』, 살림출판사, 2007
11) 『기대승』, 성균관대출판부, 2008
12) 『기호유학연구』, 서광사, 2009
13) 『한국유학사상연구』, 서광사, 2011
14) 『이율곡 읽기』, 세창미디어, 2013
15) 『율곡에서 도산으로』, 충남대출판문화원, 2014
16) 『역사의 도전과 한국유학의 대응』, 책미래, 2015

이러한 저술 가운데 여기서 살펴볼 살림출판사의 『율곡 이이』는 그동안 그가 발표한 율곡 관련 다수의 저술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발표한 주요 논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율곡의 우환의식과 경세론의 의의」, 『한국사상과 문화』54, 2010
「율곡의 ‘이통기국’에 관한 연구」, 『철학논총』56(2), 2009
「퇴계와 율곡의 철학정신」, 『철학연구』107, 2008
「화담, 퇴계, 율곡의 이기관 비교 연구」, 『동서철학연구』, 2008
「율곡 ‘이기지묘(理氣之妙)’의 현대적 의미」, 『유학연구』12, 2005
「율곡의 수기론」, 『유교사상연구』9, 1997
「율곡 경세사상의 철학적 배경」, 『(충남대인문과학연구소)논문집』43,1994
「율곡 격물치지론의 체계」, 『유교사상연구』6, 1993
「조선후기 경세치용 실학과 율곡의 실학적 사유」, 『다산학보』14, 1993

위와 같은 목록을 살펴보면 황의동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율곡 철학과 관련된 주요 주제를 꾸준하게 발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경세론, 이통기국, 이기론, 이기지묘, 수양론, 격물치지론, 실학적 사유 등 율곡의 유학사상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였다.

한편 임옥균(1959∽2018)은 황의동보다 10년 뒤에 태어났으며 공주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 등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동양철학과에 편입하여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5년에 그가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은 『대진철학에 나타난 주자학적 사유의 비판에 관한 연구』였다. 이후 서일대학 교양과 동양철학 담당교수, 성균관 한림원 교수,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연구교수, 중국 호남성 형양사범대학 객좌교수, 중국 산동사범대학교 한국어과 교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 『대진 – 청대중국의 고증학자이자 철학자』(성대출판부, 2000), 『왕충 – 한대 유학을 비판한 철학자』(성대출판부), 『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자음과모음), 『김정희가 들려주는 실사구시 이야기』(자음과모음), 『주자학과 일본 고학파』(성대출판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사서삼경』(사람의무늬)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논어금독』, 『논어징』(공역), 『유술록』 등이 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성대출판부의 『이이 – 정치적 실천철학의 완성』(유학사상가 총서 시리즈)은 저자 임옥균으로서는 율곡과 관련하여 첫 번째 저술이자 마지막 단독 저술이기도 하다.(2015년에 공저로 『새로 읽는 성학집요』(율곡연구원)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율곡 관련 논문도 발표한 바가 없다. 원래 전공이 동양철학, 특히 중국 유학이기는 하지만 정재(正齋) 남대년(南大秊)이나 간재(艮齋) 전우(田愚) 혹은 가암(柯菴) 전원식(田元植), 남당(南塘) 한원진(韓元震), 성호(星湖) 이익(李瀷) 등 한국 유학자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였던 그였지만 율곡에 대해서는 논문이 없다.
율곡 관련 논문이 없다고 해서 그의 책 『이이』의 내용이 부실할 것이라는 의심을 할 필요는 없다. 각 장절의 내용이 학술적인 논문 수준으로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황의동이 『율곡 이이』라고 율곡의 호를 책 이름에 집어넣은 반면에 임옥균은 호를 없애고 『이이』라고 하였다. 그가 발표한 한국 유학자 논문을 보면 대개 호와 함께 이름을 병칭하였다. 예를 들면 남당 한원진, 성호 이익 등과 같다. 그러나 이 개론서에서 그는 과감하게 ‘율곡’이라는 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왜 율곡이라는 호를 제외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호’라는 것은 상대방을 높여서 부르는 존칭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연구자로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율곡’이라는 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추측해본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황의동 쪽은 율곡을 흠모, 존경하고 율곡의 사상을 매우 긍정적으로 추종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임옥균 쪽은 다소 거리를 두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점은 두 서적을 함께 읽으면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3 목차 소개

황의동의 책 『율곡 이이』는 다음과 같이 3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시대·작가·사상
2부 율곡 저작선
3부 관련서 및 연보

먼저 제1부를 보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율곡과의 만남
만남의 계기/ 율곡의 매력/ 율곡학의 두 줄기
2장 율곡의 시대와 삶
총명했던 어린 시절/ 출가, 그리고 퇴계와의 만남/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말과 글/우계 성혼과 나눈 우정, 그리고 학술논쟁 / 십만 양병과 우환의식/ 인간 율곡, 유지와 나눈 사랑
3장 율곡의 저술과 학문
『성학집요』 『격몽요결』 「만언봉사」/ 열린 학풍/
성리학이란 무엇인가?/ 이기지묘/ 기발이승/ 이통기국/ 전인적 인간관
4장 위대한 철학자, 율곡의 위상
리 철학과 기 철학의 조화/ 성리학과 실학의 징검다리/
기호학파의 중심적 위치
5장 21세기 율곡철학의 의미
조화정신/ 개혁정신/ 실학정신

율곡의 생애(2장)와 저술, 학문(3장) 외에 1장, 4장, 5장은 율곡을 평가하거나 그 위상을 소개하거나 그 사상의 의미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율곡을 연구하여 학위를 받았으며, 다년간 매우 많은 율곡 관련 저술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율곡 자체에 대한 소개와 함께 율곡에 대한 평가와 그 철학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는 율곡 저작을 소개하는 부분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1장 시
동문을 나서며/ 풍악산에서 작은 암자에 있는 노승에게 시를 지어 주다
/보응스님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풍암 이광문(지원)의 집에 이르러
초당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산인의 시축에 차운하다/
고산 구곡가를 부기하다
2장 세상 경영에 관한 글
만언봉사/ 육조계
3장 학문과 교육에 관한 글
자경문/ 격몽요결/ 어린이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천도책

율곡이 직접 지은 여러 가지 시, 경세론, 학문과 교육에 관한 문장 등 다양하게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3부는 ‘관련서’와 연보를 소개하였는데 관련서란 율곡이 지은 글을 번역한 책, 율곡을 연구하거나 소개한 서적 등을 말한다. 번역서, 생애와 인격을 다룬 안내서, 철학과 사상을 다룬 전문서, 사회철학 연구서, 그리고 교양서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한편 임옥균의 『이이』도 크게 3개의 부로 구성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제1부 생애
제2부 사상
제3부 저술

황의동은 제1부에 생애와 사상을 함께 소개하고 2부는 율곡의 저술, 3부는 연보 등을 소개하였는데, 임옥균은 율곡의 사상을 독자적인 부로 설정하여 본격적으로 소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연보, 참고문헌, 찾아보기를 두었다.

제1부 생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출생과 어린 시절
제2장 청소년기
제3장 결혼과 장년 전기
제4장 장년 후기

이 부분은 거의 90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황의동의 책 제2장에 소개된 ‘율곡의 시대와 삶’보다 3배가 훨씬 넘는다. 생애 서술도 율곡이 직접 지은 시문이나 혹은 직접 했던 대화를 바탕으로 나이 별로 때를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어 읽기에 다소 지루하지만 매우 상세하다. 황의동의 경우는 율곡의 시대와 삶을 핵심적인 내용만을 간략하면서도 읽기 쉽게 소개하였다.
아울러 임옥균의 책에서는 다양한 문헌을 동원하여 율곡의 생애를 매우 현장감 있고 입체적으로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32세 때에는 율곡이 퇴계를 찾아가 나눈 대화를 상세히 소개하였으며, 33세 때 율곡이 사헌부 지평에 임명되었다가 북경에 서장관으로 다녀오던 해에는 당시 율곡이 썼던 시문이며, 죽은 동료를 위한 만사도 소개하여 당시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또 같은 해 선조 임금과 경연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대화체 형식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 임금과 율곡이 나눈 대화도 연도별(나이별)로 상세하게 제공하여 조정에서의 율곡의 활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38세(1573년) 때 궁중에서 율곡과 선조가 나눈 대화를 소개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선조는 21세로 재위 6년째였다.

율곡: “전하께서는 말씀을 너무 적게 하십니다. 여러 신하의 말에 대해 조금도 답을 하지 않으시는데, 전하께서는 답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신처럼 어리석은 자에게는 본래 물을 만한 것이 없기는 하지만, 들어와 모신 지 여러 날이 되는데 한 번도 물어보지 않으셨습니다. 전하께서 잘 다스리려고 하는 뜻이 있는지 없는지 신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조: “나 자신을 돌아보건대 좋은 정치를 일으킬 수 없소.”
율곡: “전하께서는 해낼 수 없다고 해도 신은 그 말씀을 믿지 않겠습니다. 지금 전하께서 여색에 빠지셨습니까? 음악 듣기를 좋아하십니까? 술 마시기를 즐기십니까? 말 달리고 사냥하기를 좋아하십니까? 다만 전하께서 조금 부족한 바는 오직 확고한 뜻을 세워서 참다운 정치를 도모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는 바로 학문상에서 실천하는 공부가 부족한 때문입니다.”

임옥균의 『이이』 제2부 ‘사상’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이치와 기운에 관한 논의
1. 이치와 기운
2. 퇴계의 이치와 기운이 서로 발동한다는 설에 대한 비판
3. 이치와 기운의 오묘함(理氣之妙)
4. 기운이 발동하면 이치가 탄다(氣發理乘)
5. 이치는 통하고 기운은 국한된다(理通氣局)

제2장 심성론과 수양론
1. 인심과 도심
2. 네 가지 실마리와 일곱 가지 감정
3. 수양의 과정과 결과

제3장 학문과 교육
1. 학문이란 무엇인가?
2.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목표를 먼저 세워라
3. 나쁜 옛 습관을 고치라
4. 책을 읽는 차례
5. 도통과 이단

제4장 정치론
1. 경장의 강조
2. 정치하는 방법
3. 붕당에 대한 걱정
4. 신분제도의 개혁 주장

제5장 군주론
1. 군주의 중요성
2. 역대의 군주와 신화에 대한 평가
3. 선조에 대한 율곡의 평가
4. 율곡에 대한 선조의 평가

제6장 국방론
1. 군정의 원칙: 문무 병용
2. 군정의 폐단 개혁
3. 족칭의 폐단 개혁
4. 종합적 군정 문제 해결책의 제시

제7장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1. 평가의 기준: 식견과 덕
2. 평가의 예

율곡의 사상을 이기론, 심성·수양론, 학문·교육론, 정치론, 군주론, 국방론 그리고 율곡이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까지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특히 제7장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율곡이 역사 인물에 대해서 평가한 부분을 한군데 모은 것으로 중국의 역사인물인 관중, 당태종, 소강절, 왕안석 외에도 조선의 인물인 정몽주, 조광조, 기대승, 정철, 서경덕, 퇴계, 이산해, 조식 등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제2부는 황의동의 저술로 보면 3장 ‘율곡의 저술과 학문’, 4장 ‘위대한 철학자, 율곡의 위상’, 5장 ‘21세기 율곡 철학의 의미’에 해당한다.

제3부 저술은 황의동이 율곡의 다양한 시문을 소개한 것과 달리, 『동호문답』만을 다음과 같이 번역, 소개하였다.

1. 임금의 도리를 논함
2. 신하의 도리를 논함
3. 임금과 신하가 서로 잘 만나기 어려움을 논함
4. 우리나라가 도학을 행하지 못함을 논함
5. 우리 조정이 옛 도를 회복하지 못함을 논함
6. 지금의 시세를 논함
7. 실질에 힘쓰는 것이 자기를 닦는 요령임을 논함
8. 간사한 자를 분별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는 요령임을 논함
9.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논함
10.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을 논함
11.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이 다스리는 도리의 근본이 됨을 논함

이들 번역문은 모두 원문을 대조하면서 번역한 것이다. 번역에 엄격한 저자의 학문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전체적으로는 황의동의 『율곡 이이』가 개론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 임옥균의 『이이』는 매우 상세하고 깊이가 있는 전문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면 율곡의 생애와 사상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