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金尙鉉,1811-1890)


상현(金尙鉉,1811-1890)                                  PDF Download

 

1811(순조 11)∼1890(고종 27). 조선 말기의 문신이다.

관은 광산(光山). 자는 위사(渭師), 호는 경대(經臺) 또는 노헌(魯軒)이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9대손이며, 김상악(金相岳)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김기진(金箕晉)이고, 아버지는 김재곤(金在崑)이며, 어머니 풍양 조씨(豊壤趙氏)는 유경주(兪擎柱)의 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연천(淵泉) 홍석주(洪奭周), 대산(臺山) 김매순(金邁淳)의 문인이다.

특히 김매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승인 김매순은 본관이 안동(安東). 자는 덕수(德叟), 호는 대산(臺山)으로 1795년(정조 19)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검열․사인을 거쳐 초계문신(抄啓文臣)이 되었고, 그 뒤 예조참판을 거쳐 1821년(순조 21) 강화부유수를 역임하였다. 그는 당대의 문장가로 홍석주(洪奭周) 등과 함께 명성이 높았으며, 여한십대가(麗韓十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혔다. 또한 성리설에 관하여 일가견을 가지고 있어서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둘러싼 호락논쟁(湖洛論爭)에 이간(李柬)과 낙론(洛論)을 지지하였다.

김상현은 약관 때부터 영민하고 준수하여 글을 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어렸을 때 광주(廣州)에 살면서 정약용에게 배움을 받았다. 그가 조금 자라자, 정약용은 그를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노론의 명가(名家)인데, 왜 나를 스승으로 삼으려고 하는가? 그러면 자네 친구들에게 조롱을 받게 될 것일세. 북촌(北村)에 김매순이 있으니, 그분이 정말 자네 스승일세. 자네는 그분을 스승으로 섬기게”라고 하였으므로 이에 김매순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1827년(순조 28) 17세의 나이로 증광 생원시에 3등 2인으로 합격하여 인릉참봉, 사재감 봉사, 군자감 봉사, 직장, 주부, 청양현감, 증산현감을 지냈으며 가는 곳마다 유학의 도를 숭상하고 학문을 진흥시켰다. 영평군수에 제수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고, 1859년(철종 11) 별시 문과에 갑과(甲科) 3인으로 장원급제하여 통정에 승진, 공조참의, 동부승지, 좌부승지, 병조참의, 대사간을 지냈다. 1864년(고종 2) 안동부사와 좌부승지, 이조참의를 거쳐 1866년(고종 4) 가선에 승진, 한성좌윤, 형조참판, 도총부부총관, 동지경연, 의금부, 돈녕부, 춘추관, 성균관사, 개사성, 이조참판, 홍문관제학, 도승지, 제용감 제조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하였다. 그 후 경기, 평안감사, 양관대제학, 도승지, 제용감 제조를 역임했다.

1882년 시강원우부빈객(侍講院右副賓客)과 우참찬․좌참찬․판돈녕부사 등을 지냈으며, 1885년 고종에게 세 차례나 치사하기를 청하여 봉조하(奉朝賀)가 되었다. 그 뒤 제술관 등을 지내고, 1887년에는 소과의 시관(試官)을 맡아보았다. 문장에 능하여 왕실에서 필요한 전문(箋文)․죽책문(竹冊文: 대나무 간책에 새기는 옥책문)․옥책문(玉冊文: 제왕·후비 등의 호를 올릴 때 쓰는 德을 읊은 글)․행장․악장문(樂章文) 등을 저술하였다. 문집으로는 경대집(經臺集)과 번유합고(樊悠合稿)가 있다. 1891년(고종 28) 문헌(文獻)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번유합고는 조선 후기의 학자인 김재화(金在華)와 김재곤(金在崑) 형제의 시집이다. 모두 2권 1책으로 활자본이다. 현재 규장각 도서와 장서각 도서 등에 소장되어 있다. 김재곤은 김상현의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시집에는 아들 김상현의 시에 차운한 것이 많으므로 함께 기술하였다. 아버지는 세상일에 뜻을 두지 않고 강산을 두루 유람하면서 시문에 심취하였다. 어려서부터 문장에 능했으며 고결한 성품으로 사림의 존경을 받았다. 기호지방에 거주한 듯하며,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丁學淵) 등을 비롯해 그 지방의 명사들과 어울렸다.

이것은 1879년(고종 16)에 김재곤의 아들 김상현이 편집하여 간행하였다. 권말에 김상현의 발문이 있다. 김상현의 발문에 따르면, 김재화는 이의산(李義山)의 시의 기교가 뛰어난 점을 좋아했고, 김재곤의 시는 왕완정(王院亭)의 신운(神韻)을 주로 하였다고 한다.

권1은 김재화의 시집인 「번천시략(樊泉詩略)」으로 시 145수, 권2는 김재곤의 시집인 「유유옹시략(悠悠翁詩略)」으로 시 157수가 수록되어 있다. 「번천시략」에는 1802년(순조 2)부터 1832년 사이에 지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을 읊은 것, 속리산․금강산․화양서원(華陽書院) 등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것 등이 있다. 또한 김재곤․이가운(李家運)․이탁중(李度中)․신명하(申命河)․이종인(李鍾仁)․이교영(李敎永) 등을 상대로 하여 지은 것 등이 있다. 이 가운데에는 김재곤과 김상현의 시에 차운(次韻)한 것이 여러 편이 있다.

「유유옹시략」에는 용문사(龍門寺)․신륵사(神勒寺) 같은 유명한 절이나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시가 상당수를 차지하며, 자신의 심정을 친구에게 읊은 것이 여러 편 있다. 「독사유감(讀史有感)」․「동야희아배논사(冬夜喜兒輩論史)」등의 시에서는 허무한 회고조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자손을 경계하기 위해 지은 것이 있다.

이 밖에 정숙보(鄭叔葆)․이공무(李公茂) 등의 시에 차운한 것, 이탁중․조철영(趙徹永)․신백현(申百顯)․이탁성(李度誠)․안업(安業)․유한준(兪漢雋)․정희순(鄭羲淳) 등과 화답한 것이 있다. 저자가 이 시기에 한문 학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시사(詩社)와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시로 「구일음기정진현(九日吟寄鄭晋賢)」을 비롯해 여러 편이 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한문학을 연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된다.

참고할만한 문헌으로는 철종실록(哲宗實錄), 고종실록(高宗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일성록(日省錄), 국조방목(國朝榜目)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