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림(李普林)-2


이보림(李普林)-2                                                       PDF Download

1903년(고종 7)∼1972년. 근현대의 유학자.

경상남도 김해 출신. 본관은 전주. 자는 제경(濟卿), 호는 월헌(月軒)이다. 이 글에서는 이보림의 학문관을 소개한다.

이보림의 학문 가운데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지심설(持心說)>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단지 문자에만 관심을 둘 뿐이고, 몸과 마음이 지니는 법도에 대해서는 조금도 유념하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

“문자를 아는 것은 말단인데 배우려 하고, 몸과 마음을 지니는 법은 근본인데 유념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도리인가. 또 문자를 알려고 해도 먼저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마음가짐을 경건하게 하여야 말소리를 듣는 대로 마음에 통하여 문자를 쉽게 알고 쉽게 기억한다. 비유하면 땅이 굳어야 물이 새지 않고, 통이 견고해야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은 글자를 배우기 전에 먼저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마음가짐을 경건하게 하고나서 책을 대하면 문자를 쉽게 알고 기억도 좋아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문은 근본을 세워야 하고, 학문의 근본은 ‘지심(持心)’에 있다고 강조한다.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며, 사람과의 접촉을 바르게 하고, 일처리를 바르게 하며, 처세를 바르게 하는 것, 이 다섯 가지 바른 자세 중에서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다. 근본이 바르면, 그 나머지는 바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즉 온갖 행실의 근본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데 있으며, 반대로 마음가짐이 바르면 그 나머지 것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보림은

“의복을 아름답게 하고, 음식을 아름답게 하고,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모두 제 몸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 못하다. 제 몸을 아름답게 하려면, 먼저 제 마음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도리는 다른 게 없다. 먼저 제 욕심을 버리고서 고요할 적에 텅 비고 밝으며 움직일 때에 바르고 곧음이 바로 그 방법이다.”

라고 하였다. 즉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몸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 못하고, 또한 몸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 못하다. 이것은 일체의 어떤 것보다도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으로, 고요할 때에 마음을 텅 비고 밝게 하는 것과 움직일 때에 바르고 곧게 하는 것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고요할 때’란 마음이 외부 대상에 의해 생각이나 의식과 같은 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때를 말하고, ‘움직일 때’는 마음이 외부 대상에 의해 생각이나 의식과 같은 작용이 일어난 때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아무런 생각이나 의식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고요하다’고 하는 것이고, 마음이 생각이나 의식작용이 일어난 상태이므로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다. 성리학에서는 이러한 고요할 때와 움직일 때의 마음 상태를 미발(未發)과 이발(已發)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미발’이란 아직 생각이나 의식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말하고, ‘이발’은 생각이나 의식작용이 이미 일어난 상태를 말한다. 또한 이러한 미발의 상태를 성(性)이고 하고 이발의 상태를 정(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마음은 작용이 일어나기 이전의 ‘성’의 상태와 작용이 일어난 이후의 ‘정’의 상태를 모두 포괄하고 있으므로 ‘심통성정(心統性情)’이라고 부른다. ‘심통성정’은 성리학의 주요한 명제이다. 심이 성과 정을 모두 통괄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이보림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방법으로 고요할 때의 텅 비고 밝게 하는 것과 움직일 때의 바르고 곧게 할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미발’과 ‘이발’을 관통하는 마음공부를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이보림은 이러한 마음을 바르게 하는 마음공부를 바람 앞의 등불에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마음이란 바람 앞에 등불을 지키느라 종이로 막고 있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등불이 곧장 꺼지고 만다. 사람의 마음가짐도 이러하다. 조금이라도 관찰하지 아니하면 마음이 곧장 어둡고 흩어진다.”거나 “마음가짐은 촛불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조심조심하여 조금도 방심하지 아니하여 사물이 다가올 적에 항상 우뚝하게 주장하여 일에 따라 바뀌지 않고 물건에 따라 옮겨가지 않으면서, 오직 지극한 선을 착실하게 밟아가야 한다. 이곳의 공부는 매우 정밀하여 쉽사리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오래도록 계속하여 실행해나간다면, 안자(顔子)의 ‘3개월간 인을 어기지 않는다’는 공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쉽게 꺼질 수 있는 위태로운 물건이다. 왜냐하면 마음이란 좋은 것을 보면 곧장 마음이 좋은 것에 빼앗기고, 예쁜 것을 보면 바로 마음이 예쁜 것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마음은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며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항상 마음이 사물에 끌려가지 않도록 우뚝이 지킬 수 있어야 지극한 선을 실천해나갈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을 지키는 공부는 매우 어려우며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운 공부를 오래도록 쉬지 않고 지속해나갈 수 있으면 중국의 성현인 안자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 구절은 『논어』「옹야」편에 나오는 글로, 공자는 인을 체득하고 실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안자의 어짊을 칭찬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안회는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인(仁)에서 떠나지 않지만 그 나머지는 하루 또는 기껏해야 한 달 동안 인에 생각이 미칠 따름이다.”

비록 인을 실천하고 체득하는 일이 어렵지만, 이러한 마음공부를 오래도록 실천해나갈 수 있으면 안자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이보림은 어려운 난세에 처하여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이를 솔선하여 지켜나가는 것이 학자의 책무라고 여기고, 이를 실천하는데 앞장섰다. 그러한 학자의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마음을 바로잡는 ‘지수’의 공부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평생 실천해나갔다. 이런 점에서 이보림의 생애와 학문은 변화와 변혁을 다반사로 여기는 오늘날에 있어서 한번쯤 회고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월헌 이보림의 생애와 학문」(정경주, 『간재학논총』4, 간재학회, 2004),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월헌선생문집』(보경문화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