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강(金振綱)


김진강(金振綱)                                                             PDF Download

 

151543(중종 22)~? 조선 선조(宣祖) 때의 문신. 본관은 광주(光州). 김응복(金應福)의 아들이며, 율곡 이이의 문인이다. 「어록(語錄)」을 기록한 것이 「율곡전서」에 실려 있으며, 임진왜란 때의 공으로 원종공신(原從功臣)에 책록되었다. ‘원종공신’은 조선시대에 큰 공을 세운 정공신(正功臣) 외에 작은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공신 칭호이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때의 정공신으로 1등은 이순신․권율․원균 등 3인이 있고, 2등에 이억기 등 5인이며, 3등은 이운룡 등 10인으로 모두 18명이다. ‘원종공신’은 원공신 이외의 공신을 말한다.

율곡은 당대의 많은 학자와 친교를 맺었다. 우계 성혼, 송강 정철, 사암 박순, 구봉 송익필 등이 그의 지기이자 동학이었다. 그는 선생 없이 한 시대의 학문을 집대성하여 일가를 이루었고, 문하에 많은 제자를 배출함으로써 조선 후기의 주도 세력인 서인의 원조가 되었다. 그의 문도로서 대표적인 학자는 사계 김장생, 중봉 조헌, 정엽, 이귀, 황신, 박여룡(朴汝龍), 김진강(金振綱) 등이 있다. 율곡의 학통은 김장생과 아들 신독재 김집을 거쳐 우암 송시열로 이어졌고, 그것은 바로 조선 후기 사회를 이끈 학문의 계보였다. 이들이 서인 정파로서 이끌어간 조선후기 사회는 성리학에 기초한 도덕 국가를 지향했으니, 율곡의 포부와 이상이 그의 제자들에 의해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진강과 관련된 내용은 「율곡전서」권31~32의 「어록」에 보인다. 김진강과 박여룡 등이 율곡의 말을 기록한 것이 많고, 다른 사람들의 문집에 실려 있는 율곡의 말을 채집해 놓은 것도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어떤 사람이 묻기를,

“리가 비록 형체도 없고 작위도 없다고 할지라도 간혹 형체가 있어 볼 수 있는 곳이 있는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리에는 기 밖의 리가 없다. 그러므로 유형한 사물로 인하여 리의 광대한 것을 볼 수 있다”

라고 하였다.

 

(2)어떤 사람이 묻기를,

“천지가 비록 끝이 아니더라도 원기(元氣)는 일찍부터 없어지지 않는다고 함은 어떤 것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천지가 마지막으로 끝날 때에 원기도 또한 따라서 소진한다면, 후천지의 기는 어떤 기에 근원하여 나오겠는가? 비유하면 나뭇잎이 비록 말라 떨어지더라도 근본의 기는 오히려 존재함과 같다. 그러므로 내년 봄의 잎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3)어떤 사람이 묻기를

“사람이 인(仁)을 할 때에 어떤 이는 그 한 부분만을 얻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 전체를 얻기도 한다. ‘인’의 지위차등이 이와 같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인이란 것은 마음의 완전한 덕(德)이다. 본래 크고 작은 차별이 없는 것인데, 사람의 조예가 얕고 깊음이 있으므로 ‘인’의 치우침과 온전함의 같지 않음이 있다. 또 ‘인’을 하는 것은 태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어떤 이는 산꼭대기에 머물고 어떤 이는 산기슭에 머문다. 산기슭에 서 있는 자가 태산을 낮다고 한다면, 이것은 ‘인’을 모르는 자이다”

라고 하였다.

 

(4)어떤 사람이 본체(本體)의 기를 물었다. 진강이 대답하기를,

“사람과 사물에서 천지를 보면 천지의 기는 본체이며, 천지에서 원기를 보면 원기는 본체이다”

라고 하였다.

 

(5)어떤 사람이 묻기를

“주자가 물의 성질은 차고 불이 성질은 뜨겁다고 한 것은 어째서 그러한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물이란 것은 양이 안에 있고 음으로 바탕을 삼기 때문에 성질이 차고, 불이란 것은 음이 안에 있고 양으로 바탕을 삼기 때문에 성질이 뜨겁다”

라고 하였다.

 

(6)어떤 사람이 묻기를,

“사덕(四德)을 원․형․이․정이라 말하고, 오상(五常)을 인․의․예․지․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언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사덕은 유행의 순서를 말한 것이고 오상은 그 대대(對待)의 체(體)를 말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7)어떤 사람이 묻기를,

“사람의 마음이 사물에 감응할 때에는 마음이 사물 위에 있는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마음의 본체는 항상 속에서 주재하고 있으나 그 작용은 밖으로 드러난다”

라고 하였다.

 

(8)어떤 사람이 묻기를,

“마음은 뱃속에 있어야 하는 것인데, 밖에 조금만 틈만 있으면 이 틈으로 달아난다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한 것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물건에 대한 욕심이 밖에서 아름답게 느끼면 마음이 문득 달아나는 것이니 이것을 밖에 조그마한 빈틈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9)어떤 사람이 묻기를,

“재(才)는 기(氣)에서 나오는 것이니 ‘재’와 ‘기’는 같은 것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기’가 맑으면 ‘재’도 맑고 ‘기’가 탁하면 ‘재’도 탁하므로 ‘재’는 기의 용(用)이고 기는 체(體)이다”

라고 하였다.

 

(10)어떤 사람이 묻기를

“하늘과 사람의 하나의 이치이다. 그런데 천지에는 혈기(血氣)가 없고 사람에게는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천지의 기운이 합하여 만물이 화생하여 각각 그 형상을 이룬다. 혈육의 물건은 각각 하나의 기가 있다. 그런 까닭에 소는 소를 낳고 말은 말을 낳을 뿐이다. 천지가 만약 혈육이 있는 하나의 물건이 된다면 만물을 만들어 낼 수 없어서 조화의 공용은 그치고 말 것이다”

라고 하였다.

 

(11)어떤 사람이 인의(仁義)를 말하면서 예지(禮智)를 말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진강이 대답하기를

“인(仁)은 예(禮)를 포함하고 의(義)는 지(智)를 포함한다”

라고 하였다.

 

(12)어떤 사람이 혼(魂)과 백(魄)의 동정(動靜)을 물었다. 진강이 대답하기를

“혼은 양으로써 동(動)을 주관하고, 백은 음으로써 정(靜)을 주관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혼’이 하는 것이고, 보는 것이 능히 밝게 할 수 있고 듣는 것이 능히 총명하고 능히 기억하는 것은 ‘백’이 하는 것이다. 대체로 혼이란 것은 양의 신(神)으로서 지각의 밝음이 밖으로 발하는 것이고, 백이란 것은 음의 신으로서 지각의 신령함이 안에서 함양되는 것이다. 물과 불에 비유하면, ‘백’은 물의 속이 밝은 것과 같고 ‘혼’은 물의 밖이 밝은 것과 같은 것이다”

라고 하였다.

 

[참고문헌]: 「국역 율곡집」(민족문화추진회, 1968), 「율곡집해제(栗谷集解題)」(정종부, 「율곡집」, 대양서적, 1972), 「한국유학사」(배종호, 연세대학교출판부, 1978), 「규장각한국도서해제」(서울대학교도서관,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