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사상 입문을 위한 6권의 단행본 소개


율곡 사상 입문을 위한 6권의 단행본 소개

 

임태홍

#1. 시작하면서 1 – 율곡학 입문서 6권

어떤 인물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쓴 글, 혹은 그 사람에 대해서 쓴 글을 읽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인문학적 방법이다. 율곡 선생이 직접 쓴 글은 이 사이트(율곡학 사업단의 율곡학 프로젝트 전용 홈페이지)에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율곡 선생이 한문으로 쓴 글을 한글로 번역, 풀이하여 이곳에 지금까지 공개된 저작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격몽요결(공개된 자료명: 새로 읽는 격몽요결 상, 하)
2. 성학집요(공개된 자료명: 중급편- 새로 읽는 성학집요)
3. 동호문답
4. 만언봉사
5. 율곡의 상소문
6. 율곡의 학교모범 – 선비가 되는 공부

율곡의 저작물은 이외에도 『석담일기』, 『경연일기』, 『소학집주』, 『기자실기』, 『순언』, 「자경문」, 「천도책」 등이 있으나, 율곡 사상의 핵심을 전하는 중요한 저술은 모두 이 사이트 안에 공개되어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면서 잘 생각해보면 율곡선생이 가지고 있던 철학과 사상을 정확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몹시 지루해질 수 있다. 거기다 자칫 잘못하면 선생의 사상을 엉뚱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율곡 선생의 이러한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둔 글을 찾아서 같이 읽어보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이란 대개 학자들을 말하며 그들이 쓴 글은 논문이나 단행본 형태로 시중에 발표되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글을 참고할 수도 있으나 깊이 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율곡 선생의 사상에 관한 논문은 이 사이트에서 2013년부터 발표된 목록을 정리해둔 것이 있다. 『한국유교연구 레포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 지원을 받아 매년 발간하고 있는 이 레포트는 연구 연감 형식인데, 율곡 선생 외에도 한국 유교와 관련된 연구논문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다. 율곡 관련 논문은 이 레포트의 ‘제5장 한국 성리학 연구’편에 있다.
혹은 국회전자도서관(https://dl.nanet.go.kr/)에 들어가 키워드로 ‘율곡’을 검색해보면 1500편이 넘는 연구 논문 목록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 논문 목록을 직접 찾아서 읽는 것은 전공하는 학생이나 연구자가 아니면 역시 쉽지 않다. 무엇부터 읽어야할지, 어떤 논문이 중요한 지도 막연하다.
그래서 여기에서 율곡 선생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입문서를 몇 권 소개하고자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표된 단행본 중에 도움이 될 만한 6권의 단행본을 소개한다. 이들 책을 끼고 읽으면서 율곡 선생이 지은 글을 읽어보면 그의 삶과 철학 사상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율곡 선생의 ‘생애 및 활동사항’, 그리고 ‘학문세계와 저서’에 대해서는 1996년에 이동준 교수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에 잘 정리 해둔 것이 있다. 이를 참고하면 율곡 선생의 개략적인 생애와 사상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같은 글에서 이동준 교수(이하 모든 저자의 호칭 생략)는 참고 문헌으로 율곡 관련 단행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1. 황의동, 『율곡 사상의 체계적 이해』(서광사,1998)
2. 황의동, 『율곡철학연구』(경문사,1987)
3. 황준연, 『이이 철학 연구』(전남대학교,1989)
4. 송석구, 『율곡의 철학 사상 연구』(형설출판사,1987)
5. 송석구, 『율곡의 철학사상연구』(형설출판사,1987)
6. 채무송, 『퇴계율곡철학의 비교연구』(성균관대학교출판부,1974)
7. 이병도, 『율곡의 생애와 사상』(서문당,1973)
8. 이준호 편, 『율곡의 사상』(현암사,1973)

이들 서적은 대개 1970년대, 80년대에 출판된 단행본이다. 황의동은 1987년에 충남대에서 『율곡의 철학사상에 관한 연구: 리기지묘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황준연은 성대에서 1989년에 『율곡의 철학사상에 관한 연구: <성학집요>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송석구는 동국대에서 1981년에 『율곡의 철학사상 연구 : 성의정심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채무송은 『퇴율성리학의 비교연구 : 퇴율의 사상입장을 중심으로 하여』라는 비교논문으로 1972년에 성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여기서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출판된 서적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6권의 단행본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송석구, 『율곡의 철학사상』(중앙일보사, 1984)
2. 황준연, 『율곡철학의 이해』(서광사, 1995)
3. 황의동, 『율곡 이이-성리학과 실학을 겸비한 실천적 지성』(살림, 2007)
4. 임옥균, 『이이 – 정치적 실천철학의 완성』(성대출판부, 2007)
5. 이광호,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홍익출판사, 2013)
6. 김형찬, 『율곡이 묻고 퇴계가 답하다』(바다출판사, 2018)

이들 서적을 선정하는데 특별한 기준은 없다. 가능하면 요즘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내용도 믿을 만한 단행본을 선택했다. 이들 단행본 외에도 율곡 철학·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서적이 많이 있으나 지면관계상 여기에서는 이들 서적만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소개하는 방법으로 두 권씩 모아서 소개하기로 한다. 제목이 비슷하거나, 내용이나 출판년도가 유사한 두 책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다. 두 권씩 비교하면서 읽다 보면 서로 보충이 되는 내용도 있고, 어느 한쪽으로 자신의 생각이 끌리기도 하여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다. 또 내용이 어려운 책, 특히 철학사상 관련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지루함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두 권씩 다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광호, 2013,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김형찬, 2018, 『율곡이 묻고 퇴계가 답하다』

이 두 책은 제목이 비슷하다. 율곡과 퇴계의 문답에 주목한 점이 유사하며, 2010년대에 5년 간격을 두고 출판되었다. 이 두 책은 2020년대 들어선 지금, 율곡학 나아가서 퇴계학이나 한국유학 연구에서 비교적 핫한, 즉 ‘유행의 첨단에 서 있는’ 단행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만 본다면 이광호는 퇴계와 율곡의 사상적 차이점을 강조한 듯하며, 김형찬은 책 제목을 보면, 율곡과 퇴계의 관계를 ‘묻고 답하는’ 학생과 선생의 관계로 규정하고 그 점을 주목한 듯하다. 율곡의 초기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퇴계와의 관련성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율곡은 나중에 크게 성장하면서 퇴계학과 율곡학이라는 조선시대 유학의 2대 주류 중 한축을 담당하게 되는데 퇴계와 율곡의 차이점을 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맨 처음 이 두 저서를 소개하기로 한다.

<2>
황의동, 2007, 『율곡 이이 – 성리학과 실학을 겸비한 실천적 지성』
임옥균, 2007, 『이이 – 정치적 실천철학의 완성』

두 번째로 소개할 황의동과 임옥균의 단행본은 2000년대 후반에 출간한 율곡 사상 입문서다. 같은 해에 이 같은 입문서가 두 권이나 출간된 것도 특이하지만 두 사람 모두 율곡 사상에 대해서 ‘실천’이라는 단어를 동원하여 부제목을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황의동은 앞서 소개하였듯이 율곡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임옥균은 1995년 성대에서 『대진(戴震)철학에 나타난 ‘주자학적 사유의 비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철학, 특히 중국유학의 전문가이다.

<3>
황준연, 1995, 『율곡철학의 이해』
송석구, 1984, 『율곡의 철학사상』

세 번째 소개는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90년대에 출판된 서적들이다. 앞서 소개하였듯이 황준연과 송석구는 율곡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송석구는 1981년에 학위를 받고 3년 뒤에 『율곡의 철학사상』을 발표하였다. 황준연은 1989년에 학위를 취득하고 6년 뒤에 이 단행본을 발표하였다. 두 사람 모두 ‘율곡의 철학 사상 연구’라는 비슷한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단행본도 위와 같이 매우 비슷한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황준연은 송석구보다 10년 정도 뒤이어 학위를 받고 단행본을 발표하였기 때문에 황준연의 작품에 송석구의 연구 성과가 얼마만큼 녹아 있는지, 혹은 극복이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두 사람의 저술을 통해서 율곡 철학의 전모에 대해서 좀 더 철저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 두 권을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