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환과 김경호의 저술 비교1 저자와 목차

곽신환의 『1583년의 율곡 이이』와 김경호의 『모던율곡』 1 :

저자와 목차의 비교

 

 

1) 저자 비교

 

곽신환(1954∼)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대전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주역의 자연관과 인간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성리학, 주역철학, 한국철학사, 동아시아철학 등에 대해서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주역의 이해』(서광사, 1990), 『중국철학의 정신』(서광사, 1993), 『직하철학』(철학과 현실사, 1995), 『주자언론동이고』(소명출판, 2002), 『조선유학자의 지향과 갈등』(철학과 현실사, 2005), 『태극해의』(소명출판, 2009), 『소강절의 선천 역학』(예문서원, 2012), 『우암 송시열』(서광사, 2012), 『조선유학과 소강절 철학』(예문서원, 2014) 등이 있다.

곽신환은 율곡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아니고 주역, 중국철학, 주자학, 한국철학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연구하였다. 이러한 점은 『1583년의 율곡 이이』를 읽어나갈 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곽신환의 장점은 율곡과 관련된 주변 사상을 풀어나갈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편 김경호(1966∼)는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고려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서양철학, 한국유학 등을 배우고 율곡의 심성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전남대학교에서 교수 재직한 경력이 있다.

저서로는 『감성의 유학』(전남대출판부, 2014), 『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리와 기의 조화와 충돌 그리고 탈출』(글항아리, 2012), 『인격성숙의 새로운 지평-율곡의 인간론』(정보와 사람, 2008) 등이 있다.

김경호는 율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다. 율곡학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모던 율곡』은 그로서는 자기 전문분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저자소개에서 최근에 감성인문학, 호남학 이론 정립, 한국인의 감성 연구 등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김경호의 책 『모던 율곡』은 키워드가 두 개라고 할 수 있다. ‘율곡’과 ‘감성’이다. 따라서 이 책은 ‘감성’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읽어나갈 때 다소 난해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참고로 감성이란 감수성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이성과는 대조되는 개념으로 외부의 어떤 자극을 받아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욕구 또는 본능을 가리키기도 한다. 율곡에 대해서 연구하고, 학문 활동은 하는 일은 대개 이성이 주가 되는 활동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과학’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감성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점이 난해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저술 집필 시기를 보면 곽신환은 2019년에 『1583년의 율곡 이이』를 발표하였으며, 김경호는 2018년에 『모던율곡』을 발표하였다. 1년 차이로 발표되었지만 거의 같은 때에 발표된 책들이다.

두 저자는 나이 차이로는 12살로 곽신환이 앞선다. 학문적으로는 곽신환이 1세대 빠르다. 말하자면 김경호는 곽신환의 제자 세대에 속한다. 이 두 책을 통해서 이러한 세대 차이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2) 목차 비교

 

곽신환의 『1583년의 율곡 이이』 목차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서문

1장. 1583년의 율곡 이이

2장. 성리학적 진리의 담지(擔持)

3장. 주돈이 본원(本源)론의 이해와 추존

4장. 소옹 선천역학의 이해와 수용

5장. 주재자(主宰者)와 화복(禍福)

6장. 실리(實理)·실심(實心)의 자연관

7장. 행도(行道)와 수교(垂敎)

8장. 율곡과 우계 –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사귐

9장. 율곡에 대한 송시열의 존숭과 지수(持守)

10장. 율곡학과 화서학파

11장. 율곡 성리설과 전우

참고 문헌

찾아보기

 

이렇게 보면 이 책이 제1장의 장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책제목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언뜻 보면 ‘1583년의 율곡’은 제1장에서 서술이 끝나고 제2장부터는 전혀 다른 내용이 서술되어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저자는 모두 11편의 각기 다른 논문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편의상 제목을 제일 먼저 나오는 문장의 제목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http://www.kyobobook.co.kr/) 홈페이지에 실린 출판사 서평 중에서 각 장의 내용구성을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1장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1장은 1583년 탄핵의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상황 속의 율곡을 다루었다. 5년간의 산림생활을 마치고 다시 조정에 나온 그가 겪은 모진 삶의 역정을 여러 문헌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그해 조정에서 있었던 갈등, 탄핵 비방 무고자에 대한 율곡의 대응, 그해 늦가을 율곡 강촌마을에서의 관기 유지와의 만남, 탄핵자들이 율곡의 후원자라고 지적한 심통원, 심의겸과의 관계, 그리고 율곡 사후에 일어난 비방과 무고에 대하여 살피고 정리하였다.”

 

1583년, 즉 율곡이 사망하기 1년 전에 율곡에게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 소개한 것이 제1장이다.

제1장(1583년의 율곡 이이)의 절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산림에서 다시 조정으로, 1581-2년의 율곡 (17쪽∽)
  2. 계미년 기록 문헌 (24쪽∽)
  3. 율곡에 몰아치는 탄핵 (30쪽∽)
  4. 1583년 조정의 풍우(風雨) (41쪽∽)
  5. 율곶 강마을의 밤 – 도학자와 유지(柳枝) (102쪽∽)
  6. 비방 무고에 대한 율곡의 대응 (121쪽∽)
  7. 심통원 심의겸과 율곡의 관계 (127쪽∽)
  8. 율곡의 사후에 일어난 비방과 엽등(獵等) 논란 (135쪽∽)

 

‘1583년의 율곡 이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필자는 제1장에 나오는 이러한 내용이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혹시 그런 구성을 하였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제2장부터 제11장까지의 내용이 이 제1장의 곳곳에 녹아져있어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스토리텔링이었다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즉 2장부터 11장의 내용을 없애고 제1장에 모든 내용을 집어넣고 서술을 해나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으로 이 책을 열어보면 가벼운 실망감과 함께 내용 전개의 혼란스러움에 당황하게 된다.

 

참고로, 이 책처럼 연도를 타이틀의 첫 부분에 내세운 책이 있다. 레이 황(Ray Hung, 黃仁宇)이 발표한 『1587 만력 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1587, A year of no significance: the Ming dynasty in decline)』(새물결, 2004)이다. 이 책은 명나라 황제 만력제, 대학사 신시행, 장거정, 관리인 해서, 그리고 장군 척계광, 철학자 리지를 각 장에 다루면서 명나라가 무기력해지는 상황을 다루었다. 즉 중국의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중국 사회의 몰락 과정을 세밀하게 서술하였는데, 이야기 전개가 소설과도 같고 전체적으로 매우 통일되어 있다. 『1583년의 율곡 이이』 타이틀을 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레이 황의 저술 구조를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나 『1583년의 율곡 이이』는 이 책이 율곡 사상을 설명해가는 화두일 뿐이지, 큰 줄거리나 결론이 아니다. 아울러 이 책의 각 장은 상호 관련성이 밀접하지 않다. 각각 서로 다른 주제를 다른 관점과 소재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어떤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러한 기대는 오히려 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출판사 서평은 제2장부터 제4장까지의 소개를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2장은 율곡이 성리학적 진리 사회의 담지(擔持)자로 살아간 동기와 내용과 진행을 다루었는데, 그가 필부성인론(匹夫聖人論)을 실천한 사람이라는 데 초점을 두었다.

3장은 율곡이 이학(理學)의 비조로 추앙되는 주돈이의 태극론 곧 ‘본원(本源)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추존했는지를 다룬 것이다.

4장은 율곡이 내심 가장 존모했던, 그와 비견되는 철학자 소옹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다루었다. 율곡 역시 소옹처럼 광활(曠闊)한 마음과 사통팔달의 철학을 추구했고 성취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렇게, 율곡의 학문과 사상에 영향을 준 주자(제2장), 주돈이(제3장) 그리고 소옹(제4장)에 대한 소개를 1장씩 할애하여 집필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5장부터 7장은 다음과 같다.

 

“5장은 천지만물의 주재자(主宰者)와 인간의 삶에 닥치는 화복(禍福)에 관한 율곡의 견해를 다루었다. 그는 무고나 탄핵도 천지의 조화 속에 있는 사건으로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것이 못된다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6장에서는 율곡이 이해하는 자연을 실리(實理)·실심(實心)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7장은 율곡의 진유론 속에 담긴 행도(行道)와 수교(垂敎)라는 두 개념으로 그의 삶을 해명했다.”

 

즉 제5, 6, 7장은 율곡의 사상을 다루었는데, 제5장은 주재자에 대한 인식, 제6장은 율곡의 자연관, 제7장은 율곡의 진유론이라는 것이다.

제2장부터 제7장은 언뜻 장제목만 보면 율곡과 관련성이 없는 것 같지만 실지 내용은 율곡의 사상적 배경과 율곡 사상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8장 이하는 장 제목에 ‘율곡’이 등장하므로 율곡 관련 내용이 서술되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제8장은 율곡과 우계, 제9장은 율곡에 대한 송시열의 존숭과 지수(持守), 제10장은 율곡학과 화서학파, 제11장은 율곡 성리설과 전우 등 제목을 보면 율곡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율곡을 논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우계 외에는 모두 율곡의 후학들이므로 율곡 사상의 영향력을 이 부분에서 주로 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출판사 서평을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8장은 율곡과 도의지교의 관계에 있는 성혼과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사귐을 다루었다. 9장에서는 율곡학의 천양(闡揚)과 확산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되는 송시열의 율곡 존숭과 그 지수(持守) 및 변통을 다루었다.

10장에서는 한말 화서학파의 율곡 사상 조술을 다루었는데, 화서학파는 율곡 사상의 19세기적 용출이라고 보았다. 11장에서는 한말의 대학자 전우가 퇴계 성리설의 만년정론이 율곡이 주창했던 내용과 일치한다고 한 관점을 소개하였다. 전우는 율곡이 퇴계의 만년정론을 보지 못했기에 그의 주장과 부합, 일치하는 것을 알지 못했고 퇴계·율곡의 문하들이 다툰 것은 스승의 학술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이 책은 매우 독특한 구성을 가진 율곡 사상 소개 전문서적이다. 내용 구성을 다시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머리말 : 1583년의 율곡 이이

제1부 율곡 사상의 기원 : 제2장, 3장, 4장

제2부 율곡의 철학사상 : 제5장, 6장, 7장

제3부 율곡의 영향력 : 제8장, 9장, 10장

 

이렇게 구성을 단순화해서 읽어보면 조금은 각 장별로 연관성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역시 저자의 이 책은 율곡을 집중하여 이야기하는 서적은 아니다. 율곡 안에 담긴 어떤 철학이나 사상을 중심으로 서술해나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율곡을 통해서 저자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연구한 성리학, 주역철학, 한국철학사, 동아시아철학 등을 살펴보는 원심원적인, 율곡 철학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가진, 확대지향형의 전문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김경호의 『모던율곡』은 다음과 같은 목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작하며: 나의 율곡

제1부 율곡을 보다

제2부 율곡에게 듣다

제3부 율곡처럼 품다

제4부 율곡을 넘다

마치며: 우리의 율곡

 

이러한 목차만 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서술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각 부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 율곡을 보다

01 그리움: 어머니

02 경계: 입산과 환속, 사이

03 연민: 타자와 고통

04 상상: 무이고곡과 고산구곡

05 염치: 간신배와 비루한 자

06 사람의 품격: 공중누각

 

제2부 율곡에게 듣다

01 열림: 몽매함과 격몽

02 천리: 거짓 없는 진실한 마음

03 욕망: 이익과 의리

04 관점: 자득과 의양

05 군심: 정치와 교화의 근본

 

제3부 율곡처럼 품다

01 견지: 소나무와 기다림

02 겸손: 자기를 낮춤

03 대화: 공명하기

04 도량: 포용과 용기

05 동락: 누구의 나라인가

 

제4부 율곡을 넘다

01 무실: 힘써야 할 일을 안다는 것

02 변통: 시중과 시의

03 원칙: 기강과 공정사회

04 여정: 민심과 감성적 공론장

 

이렇게 각 부별로 살펴보아도 김경호의 『모던 율곡』은 내용 구성을 추측해보기가 쉽지 않다.

실지로 책을 들춰보면 제1부는 율곡의 전 생애가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부부터 그 뒷부분은 율곡 사상의 편린들이 특별한 질서가 없이 이곳저곳에 산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독자들을 위해서 각 부의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설명문을 달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2부 율곡에게 듣다 : 율곡이 왕에게 절실하게 말했던 간언들을 들어 본다.

제3부 율곡처럼 품다 : 세상을 품는 큰 나로 도약하기 위한 조언을 듣는다.

제4부 율곡을 넘다 : 혁신을 꿈꾸던 율곡의 마음을 우리 사회에 빗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