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곽신환과 김경호의 저술 비교 2 – 저작 의도

 

율곡 사상 입문을 위한 6권의 단행본 2

 

 

 

#9. 곽신환과 김경호의 저술 비교 2 – 저작 의도

 

곽신환의 『1583년의 율곡 이이』와 김경호의 『모던율곡』 2 :

저자들은 왜 이 책은 집필하였는가?

 

 

1) 곽신환의 『1583년의 율곡 이이』

 

저자는 왜 이 책을 지었는가?

교보문고(http://www.kyobobook.co.kr/) 홈페이지에 실린 출판사 서평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오늘 우리에게 율곡은 누구인가? 훌륭하지만 별 관계가 없는 현자인가? 그의 삶과 사상은 아직 유효한가? 그가 오늘의 한국 사회에 있다면 어떤 주장과 처신을 할 것인가?”

 

저자는 율곡 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은 것이다.

저자 곽신환은 1970년대 대학원생 때부터 율곡을 연구하면서 줄곧 이런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리고 40여 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율곡의 생애 마지막 1년을 회고하면서 율곡의 철학과 삶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이 책은 아울러 동시에 율곡 뿐만 아니라 16세기 이후 조선의 정치·사회의 틀과 유학사의 맥락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도하면서, 율곡의 사상과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오늘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왜 1583년인가?

저자는 율곡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있었는데, 자신은 초점을 달리해서 율곡을 살펴보려고 한다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어문자를 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유교 지식인 고위 관료가 사림정치에서 구현코자 하는 정치적 이상의 실천과정, 정치적 상태에 대한 공격, 그 양상의 잔인함과 거짓됨, 그로 인하여 휘둘리는 집단의 정서 등을 다루면서 진리정치를 표방하는 유교의 한 실상을 보는 한편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용과 대응의 인격적 면모를 살펴보려 함이다.”(6쪽)

 

이러한 문제의식, 즉 율곡을 둘러싼 다소 혼란스러운 문제들을 1583년 율곡이 겪은 삶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1583년은 어떤 해였는가? 저자는 1) 율곡이 48세가 되는 해이며, 2) 그의 생애의 마지막 1년이고, 3)당쟁의 화가 극도에 이르렀던 해였다고 한다. 그리고 4) 이해 정월에 두만강변에서 번호(오랑캐)들이 반란을 일으켜 침입하였는데, 이때 율곡은 병조판서로 국방을 책임지고 있었다. 5) “이후 300여년 이상 조선 사회의 흐름이 이때에 결정되었다고 할 만큼 (이 해는) 큰 세력의 분기가 되었다.”(9쪽)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1장은 1583년의 탄핵의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상황 속에 있는 율곡을 다루었다. 5년간의 산림생활을 마치고 다시 조정에 나온 그가 겪는 모진 삶의 역정을 1583년 한 해를 다룬 여러 문헌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그해 조정에서 있었던 갈등, 탄핵 비방 무고자에 대한 율곡의 대응, 그해 늦가을 율곶 강촌마을에서의 관기 유지와의 만남, 탄핵자들이 율곡의 후원자라고 지척한 심통원 심의겸과의 관계, 그리고 율곡 사후에 일어난 비방과 무고에 대해서 살피고 정리하였다.”(7쪽)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실린 「『1583년의 율곡 이이』 리뷰」에는 1583년에 대해서 이런 설명이 달려 있다.

 

“1583년(선조 16, 계미년) 한 해 동안에 사헌부와 사간원의 수장인 대사헌, 대사간이 각각 11차례나 교체되었다. 홍문관과 더불어 언론 삼사(三司)라 불리는 이들 기관의 장들, 조선 유교 정치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대표적 청환(淸宦) 요직의 수장들이 왜 이렇게 자주 수모스럽게 교체되었을까? 이 해, 계미년의 사건들에 주목하여 쓴 조신들의 일기체 기록이 여럿 있다. 『계미기사(癸未記事)』, 『계갑일록(癸甲日錄)』, 『계미진신풍우록(癸未晉臣風雨錄)』 등이 그것이다. 무슨 까닭에 이 해의 기록이 많은가? 그 비바람의 중심에 율곡 이이가 있다.

율곡은 1584년 정월 16일에 병으로 서거했다. 그러니 1583년은 사실상 율곡 이이 생애의 마지막 1년이다. 1583년, 율곡은 병조판서로서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당시 조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연초부터 두만강 주변에서 여진족들이 대규모 침범을 하였다. 조선에 지속되던 평화의 시기가 끝나고 이민족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서까래와 들보가 부패하여 언제든 무너질 것 같은 낡고 큰 집, 기력이 쇠잔한 노인의 근근이 이어지는 숨결 같은 상태가 율곡이 진단한 당시의 국가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무장관으로서 율곡이 시행한 시의(時宜)적 여러 조치, 그리고 조정에서의 그의 처신을 두고 삼사의 관원들이 집요하게 또 가혹하고 황당하게 탄핵하였다. 권신들의 모함과 무력과 암계에 의한 사림 척출이 이제 명분과 도리를 내세운 언론과 문장에 의한 정쟁(政爭)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율곡의 당시 소망과 지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율곡의 일생 소망과 지향은 성리학적 진리 사회의 구현에 있었다. 오늘 우리가 성리학 체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율곡의 판단과 실천은 그의 시대 상황에서 최선의 것, 곧 전체(全體)이며 대용(大用)의 체계였다. 그는 참 유자(眞儒)는 안으로 성인의 덕과 밖으로 제왕의 도를 겸하여 갖추어야 하며, 때가 주어지면 나아가 그가 배운 도를 시행하고, 물러서 향촌 산림에 있게 되면 연구, 저술, 교육에 종사하여 후대의 사람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해야 한다고 하였고, 일생 이 말을 스스로 실천하였다.”

 

또 나아가 율곡이 혼란스러운 당시 상황과 조정 내외부에서 발생한, 자신을 향한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율곡은 공적 생활에서 가혹한 모함과 비난과 시비에 시달렸다. 진리의 사람, 의로운 사람이 겪는 시련이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환난의 상황에서 자재(自在)하고 의연(毅然)하였다. 소행(素行), 곧 어떤 처지 상황에서든지 자신의 자리를 얻지 못함이 없었고, 구현할 도리를 잃지 않았다. 특히 무고한 탄핵과 비방이 쏟아져도 그는 남에게 변명하지도 않았고 상대에게 분노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율곡은 누구인가? 그의 삶과 사상은 아직도 유효한 것이 많은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본 율곡의 모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10쪽)

 

“(율곡 사상이 훌륭한 점은 – 필자) 기발이승일도(起發理乘一途)에 토대를 둔,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통합적 그리고 긍정적 태도이다. 천지의 조화(造化)와 내 마음의 발동이 모두 기(氣)의 발동과 그 위에 이(理)가 타고 있는 형식이 아님이 없다는 그의 존재론적 선언은 타자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간 존재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특정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해당된다는 점에서 매우 앞서 있는 사상이었다.”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통합적이고도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타자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아름다운 긍정, 이러한 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다 해당된다고 하는 평등주의가 율곡 사상의 장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율곡의 삶을 통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는다고 하였다.

 

“현재 어떤 처지에 있든지 굳이 거기서 벗어나려 하거나 지위를 잃지 않고 유지하려고 하지만 말고 우선 그 주어진 처지에서 해야 할 도리를 찾아 그것을 온전히 구현하라는 것이다. 진퇴존망에서 그 때의 옳음을 잃지 않는 자가 거룩한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11쪽)

 

그리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덧붙였다.

 

“율곡이 1583년에 겪었던 참혹한 무고와 탄핵을 계기로 살펴본 그의 생각과 태도의 가치를 다룬 이 이글을 읽는 분들이 각자의 삶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억울함이나 원망이 극복 해소되고, 자유로우나 진지한 자세로 각자에게 들려오는 무상의 명령, 분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도 남도 속임이 없는 데 이루고, 화복의 고정적 틀을 깨며, 개체적 고립감을 벗어나 우주적 통합을 체험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기대한다.”(11쪽)

 

 

2) 김경호의 『모던율곡』

 

『모던 율곡』은 부제목으로 ‘청년을 위한 현대유학’이 달려있다. 청년들에게 율곡 선생의 삶과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http://www.kyobobook.co.kr/)에 올린 출판사 서평을 보면 다음과 같은 소개 글이 실려 있다.

 

“어느 시대나 청년들은 방황했습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어떤 길을 보여줄 수 있는지 살펴보면 그 시대의 성숙도를 알 수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을까요? 세상에 나가 성공한 사람들은 멋진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소리 높입니다. 한편에서는 세상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평화와 위로를 말하지만 결국 세상과 담 쌓고 나 홀로 조용히 살라는 셈입니다.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은 시대가 보여주는 길 앞에서 경쟁에 뛰어들어 고통 받거나 파편화된 나에 갇혀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부제목 ‘청년을 위한 현대유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소개하기 위해서 먼저 청년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을 위와 같이 진단한 것이다. 그리고 왜 ‘유학’인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장면 뒤에 ‘꼰대’ 혹은 ‘망국의 주역’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유학’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의아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꼬리표를 뗀 유학 안에는 내가 나로 설 수 있는 힘, 그러나 나에 갇히지 않는 포용을 지혜롭게 배워 나갈 수 있는 길이 담겨있습니다. 유학의 본원인 공자는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방황했지만 홀로 서는 삶을 결단하고 내가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삶을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비판하는 ‘유학’에 사실은 청년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나로 설 수 있는 힘, 그러나 나에 갇히지 않는 포용을 지혜롭게 배워 나갈 수 있는 길’이다. 고대 유학 사상을 집대성한 공자도 젊었을 때 ‘방황했지만 홀로 서는 삶을 결단하고 내가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서평은 유학에 대해서 이렇게 호소하였다.

 

“이처럼 교조화되고 경직된 유학을 조금만 걷어내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고민하고 방황했던 선인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로지 나의 성공을 이루기 위한 경쟁적 삶, 작은 나의 평화에 머무르고자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삶과는 조금 다른, 이제는 우리에게 낯선 감수성이 그들의 삶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 낯섦을 섬세하게 느껴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지혜로 재창조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낡은 것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시대 유학자들의 삶을 잘 살펴보면 그들도 고민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이제는 우리에게 낯선 감수성’을 느낄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지혜로 재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이 율곡의 삶과 철학을 소개하는 이 책이 의도하는 바인 것이다.

이어서 출판사 서평은 왜 율곡인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율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청년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잠시 불교에 귀의하기도 했습니다. 전도유망했던 청년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갈 만큼 방황은 깊었고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다시 세상으로 나와 시대의 모순을 온 몸으로 겪어내며 삶과 사람을 껴안는 삶을 살았습니다.”

 

젊었을 때 율곡이 겪은 방황의 삶을 소개하고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주변 사람들을 껴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하였다.

 

“이 책은 천재적 면모를 지닌 청소년기의 율곡이 어머니를 여의고 방황을 시작하는 장면에서부터 다시 세상으로 나와 온 세상을 품으려 했던 그의 치열했던 삶 전반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1부: ‘율곡을 보다.’ 에서는 지난하지만 꿋꿋했던 율곡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2부: ‘율곡에게 듣다.’ 에서는 선조에게 올린 여러 조언들을 통해 내 삶의 왕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원리를 살펴봅니다. 3부 ‘율곡처럼 품다.’ 에서는 세상을 품어 더 큰 나로 성장해가는 길을 배워봅니다. 4부: ‘율곡을 넘다.’ 에서는 시대와 당당히 맞섰던 율곡의 지혜를 오늘의 현실에 적용해봅니다.”

 

율곡의 삶(1부), 율곡이 제안하는 삶의 원리(2부), 나 자신이 성장하는 길(3부), 그리고 율곡의 지혜(4부)를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고 하였다.

서평은 또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겪게 될 지적 체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전망도 하였다.

 

“총 4부에 걸쳐서 율곡의 궤적을 쫓다 보면 ‘그 역시 나처럼 방황했구나’ 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참으로 치열하고 탁월하게 노력했구나’ 라는 위기감이 찾아올 것입니다. 저자는 그 궤적 끝머리 마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내 뜻을 펼치며 사는 삶에 대한 감성을 때론 강하게 때론 나지막하게 남겨두었습니다. 유학의 지혜를 삶 속에 구현했던 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느껴보고 오늘날 나의 삶에 적용가능한 원리를 발견해 본다면, 박제되고 신화가 된 율곡이 아닌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그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서평은 이 책의 제목이 왜 ‘모던 율곡’인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저자 김경호는 고려대에서 율곡의 심성론을 연구하여 학위를 받은 후 2014년에 ‘율곡대상’을 수상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율곡학 전문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 역시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그 시절의 많은 청년들처럼 시대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으며 방황하고 배회했습니다. 그는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청년시절 율곡을 만났고 율곡의 자취를 통해 용기를 얻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길어 올린 율곡은 책장 속에 갇힌 낡은 율곡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저마다에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모던 율곡’입니다.”

 

이미 낡아버린 책장 속의 율곡이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누구나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율곡이 즉 ‘모던 율곡’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어떤 편견에 갇혀 있는 율곡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이 열려있는 율곡, 즉 모던한 율곡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을 지은 저자의 집필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 즉 ‘책머리에’는 제목으로 ‘모던 율곡, 불온한 경계인의 시대공감’이란 글제목이 달려있다. 여기에서 ‘불온한 경계인’이란 율곡을 지칭하기도 하고 저자 자신을 의미하기도 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학자이자 정치가였고 관료이자 교육자였던 율곡 이이를 통해 우리시대의 들쑥날쑥한 세상풍경을 읽어본 것입니다. 한국철학을 전공한 글쓴이가 ‘율곡의 시선’을 매개로 하여 동시대의 세상읽기를 시도한 것이지요.”(「책머리에」)

 

이러한 저자의 말을 통해서 우리는 이 책의 서술범위가 단지 율곡의 삶이나 사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세상읽기’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율곡의 시선, 즉 사상을 통하여 시도해보는 세상 읽기다.

저자는 왜 지금, 우리시대에 율곡인가? 하고 물으며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대공감’을 들었다. 그것은 율곡이 살았던 시대에 사용되었던 단어들, 예를 들면 탄핵, 적폐, 농단, 인식, 기강 등이 지금 우리시대에도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으며, 그 시대의 문제들과 이 시대의 문제들이 서로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율곡이 보았던 1570년대∼80년대의 조선 사회가 우리 시대의 그것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하였다. 또 율곡 시대의 문제의식들은 그 시대만에 한정된 고민이 아니었으며, 그 때 일어났던 일들이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혀 다를듯하지만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이 율곡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는 점을 다음과 같이 율곡이 말한 두 가지 말을 들었다.

 

1) “어머니는 평소에 항상 강릉을 그리워하여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2) “신은 실로 간신배나 비루한 자처럼 처신하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두가지 공감 사항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지점에서 나는 과거의 율곡을 현재에 다시 만납니다. 두 모습에는 삶의 세계에 대한 율곡의 감성과 공동체 유지를 위한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사유가 혼성되어 있지요. 감성과 사유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진리를 향한 율곡의 힘겨운 여정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이 격동하고 부침했던 최근 한국사회의 흐름을 성찰하면서 율곡과 함께 고민했던 공감의 기록이자 많은 사람들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연대의 결과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의 후속 작업으로 『율곡 평전』이 그려질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말을 근거로 생각해보자면 이 책은 『율곡 평전』은 아니며 율곡에 대한 간략한 생애사적 소개와 함께 율곡 사상의 부분적인 소개가 담겨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저자 자신이 바라본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소회가 담기게 될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