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조남국과 이동인의 저술 비교1-저자와 목차

율곡 사상 입문을 위한 6권의 단행본 2

 

#5. 조남국과 이동인의 저술 비교1-저자와 목차

 

조남국의 『율곡의 사회사상』과 이동인의 『율곡의 사회개혁사상』 1 :

저자와 목차의 비교

 

 

1) 저자 비교

 

『율곡의 사회사상』 저자 조남국(1939∼2020)은 충남 보령군 출신으로 대농초교, 주산중, 홍성고를 졸업하고 1965년 성균관대 철학과에 입학하여, 1971년 동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81년에 다시 서울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88년 성대 대학원에서 『율곡 철학사상의 사회학적 탐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사망 후 2006년 10월에 율곡 선생 철학 대중화에 앞장선 공로로 제8회 율곡대상(栗谷大賞) 공로부문에 선정되었다.(<강원일보> 2006.10.26.기사) 율곡대상은 강원도와 강원일보, 그리고 (사)율곡학회가 율곡학의 홍보와 연구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강원일보>의 당일자 기사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공로부문 수상자인 고 조남국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2000년 작고 때까지 20년간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율곡학의 연구와 교육에 탁월한 공적을 남겼다. (중략) 특히 17권의 저서와 학술지 게재 연구논문 57편을 통해 일반인들의 율곡학 이해를 돕는 대중화에 앞장서는 등 모범적인 삶을 실천했다는 평을 받았다.”

 

참고로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남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강원일보>, 앞의 기사에서 인용)

 

“학계의 율곡 연구의 계보를 살펴보면 1960년대 고려대 김경탁 교수가 학술적인 연구를, 성균관대 유승국 교수는 대중적인 강의를 통해 율곡 사상을 설파한 이후 2세대 연구자로 이동준, 채무송, 조남국 교수를 꼽는다. (중략) 그러나 이동준, 채무송 교수는 율곡과 퇴계를 함께 연구한 데 반해 조남국 교수는 죽는 날까지 율곡만을 연구하고 대중들에게 설파하며 율곡학의 계보를 이었다. 조남국 교수의 뒤를 이어 황의동 충남대교수가 율곡 연구를 하는 등 조교수 이후 율곡학만을 연구한 학자는 크게 늘었다.”

 

조남국이 율곡 연구를 시작한 시기, 즉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는 퇴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으나, 율곡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율곡사상과 율곡학을 널리 알리는 공을 인정받아, 율곡 대상을 타게 된 것이다.

 

한편 『율곡의 사회개혁사상』의 저자 이동인(1949∼)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 논문은 『율곡의 사회개혁사상연구』이다.

그는 이후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한국사회의 유교적 해석과 한국 전통사상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조남국이 제8회 율곡대상에서 공로부문에서 수상을 하였을 때, 이동인은 학술부문에서 그 공을 인정받아 수상을 한 바 있다.

 

그가 발표한 율곡 관련 저술로는 여기서 소개하는 『율곡의 사회개혁사상』(백산서당, 2002)외에 『이율곡의 격몽요결 읽기』(세창미디어, 2013)가 있다. 논문으로는 「율곡의 사회개혁사상과 인권」(『동양사회사상』13, 2006), 「율곡의 정치사상과 정치개혁론」(『한국학보』77, 1994), 「『격몽요결』을 통해 본 율곡의 사상과 생애」(『사회사상과 문화』29, 2014), 「유교문화와 한류」(『동양사회사상』15, 2007) 등이 있다.

 

조남국과 이동인은 학문적인 공통점으로 ‘율곡’과 ‘사회’가 그들 연구의 핵심 키워드라는 점이다. 이들이 말하는 ‘사회’란 무엇일까?

조남국은 철학과 출신이나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이동인은 사회학과 출신이며 사회학과 교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를 키워드로 연구를 하고 있다. 사회학과는 인간의 행동이나 사상을 사회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분석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인의 ‘사회’에 대한 논의는 철학과 출신인 조남국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반면에 조남국은 아무래도 철학을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인간과 사회의 관련성을 중시하는 것 보다는 사회와 관련된 철학 사상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조남국은 1981년 서울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을 때에도 석사 논문으로 『율곡사상에 나타난 사회철학 연구』를 제출한 바 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율곡 철학사상의 사회학적 탐구』였다.

1996년에는 「율곡사상에 나타난 경제윤리의 현대적 적용에 관한 연구」(『국민윤리연구』35), 1997년에는 단행본 『율곡의 삶과 철학 그리고 경제 윤리』(교육과학사)를 발표하였다. 이들 저작물의 제목을 보면 아무래도 ‘철학사상’이 중심이며, 먼저라는 인상을 준다.

참고로 조남국의 저서 『율곡의 삶과 철학 그리고 경제 윤리』의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부 삶

1장 삶과 탈속

2장 겸손함으로의 만남과 학문의 진지함

3장 의리를 지키는 삶

4장 유지에게 써 준 시와 그 숨은 뜻

5장 사회문제의 진단과 잘살기 위한 노력

 

2부 철학

6장 철학사상 형성에 끼친 영향들

7장 다양한 사유의 세계와 그 의미

8장 성리학의 한국적 수용과 전개

9장 자연의 의미와 인간의 문제

10장 성리학에서의 인간 이해

 

3부 경제윤리

11장 도덕적인 삶과 경제적인 삶

12장 도덕적 행위와 부의 축적

13장 경제윤리의 의미와 그 현대적 실현을 위한 방안

14장 경제윤리 교육의 의미

15장 지도계층의 도덕적 삶과 서민계층의 안정된 삶

 

 

 

2) 목차 비교

 

조남국의 『율곡의 사회사상』은 엄밀히 말하면 편역서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이 편역서라 부르고 자신을 편역자로 소개하였다.(여기서는 편의상 ‘저자’라고 칭한다.)

그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인심도심도설

제2장 진시폐소

제3장 만언봉사

부록 1. 율곡 철학 형성의 연원에 관한 연구

부록 2. 율곡 사상에 나타난 사회철학 문제연구

 

1장부터 3장까지가 율곡의 문장을 한글로 번역한 내용이다. 원문도 번역문 뒤에 첨부되어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율곡의 사회사상’은 이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저자의 부록 논문 2편에서 읽을 수 있다. 논문 2편의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율곡 철학 형성의 연원에 관한 연구

 

1) 서언(序言 : 머리말)

2) 율곡의 사회의식

3) 율곡의 역사의식

4) 율곡 철학의 특징

5) 결어(結語 : 맺음말)

 

  1. 율곡 사상에 나타난 사회철학 문제연구

 

1) 서언

2) 율곡의 사회관

3) 율곡 철학의 본질

4) 율곡의 경세론과 그 사회철학적 문제

5) 결어

 

이 책의 앞부분에 소개한 율곡의 문장을 꼼꼼히 읽어보고 이 두 편의 논문을 숙독해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율곡의 사회사상의 전모를 그려볼 수 있다.

참고로 조남국이 주목하는 ‘사회’란 ‘사회현실’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다. 부록 논문 1의 제2장 (율곡의 사회관)에서 그는 이렇게 ‘사회’를 언급하였다.

 

“율곡의 사회의식은 그의 가정생활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194쪽)

“사람은 누구든지 가정생활을 모체로 하여 사회의식이 형성된다.”(194쪽)

“율곡이 전개하는 도학의 진수는 단순한 이론적인 것을 논하려는 데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사회현실의 제 문제를 시의에 부합시켜 신의를 중심으로 하여 논의하였던 입장, 곧 그의 사회의식에 도학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202쪽)

 

한편, 이동인의 『율곡의 사회개혁사상』은 목차가 다음과 같다.

 

제1부 율곡과 사회개혁

제1장 현실인식과 개혁사상

제2장 신분관과 신분제도 개혁론

제3장 정치사상과 정치개혁론

제4장 경제개혁론

제5장 교육개혁론

제6장 국방사상과 병제개혁론

 

제2부 율곡의 시대, 율곡의 삶

제7장 율곡의 일생

제8장 율곡의 시대

제9장 사상적 배경

제10장 율곡의 철학

맺음말

부록 1 : 유가사상과 사회개혁 – 공자와 율곡의 사상을 중심으로

부록 2 : 정암과 율곡의 사회개혁사상 비교연구

 

이동인의 책에는 율곡의 사회개혁 사상이 전면에 나타나있다. 즉 제1부에 사회와 관련된 주제가 먼저 등장한다. 보통 인문학자라면, 예를 들면 철학과 출신이나, 역사학 혹은 문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구성에 익숙하지 않다.

제2부에 나오는 율곡의 시대나 삶이 먼저 나와야 한다. 제7장 율곡의 일생이나 제8장 율곡의 시대, 그리고 사상적 배경이 먼저 나와야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인문학적 방식이다. 그러나 이 책은 순서가 바뀌어있다.

제10장의 율곡의 철학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이것은 앞에 소개한 조남국이 논의를 전개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이러한 이동인의 논리 방식은 아마도 사회과학자의 방법이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사회과학적 방법이라기보다는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인문학자들의 방식을 절충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참고로 이동인이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서 론

 

제2장 개인적 배경

제1절 이이의 가족배경

제2절 이이의 학문과 지적 교류

제3절 이이의 관직 생활

제4절 이이의 우국과 개혁

 

제3장 사회적 배경

제1절 신분제와 그 모순

제2절 사림정치의 부흥과 사림의 분열

제3절 민생의 피폐

제4절 국제정세와 조선의 상황

 

제4장 사상적 배경

제1절 이이와 유가의 개혁전통

제2절 이이와 사림파

제3절 한국사상사에서의 이이의 위치

 

제5장 이이의 사회사상의 철학적 기초

제1절 자연존재론: 이기설

제2절 인간존재론: 심성정론

제3절 수양론: 교기질과 성기의

제4절 이이의 철학사상의 특징과 사회사상적 합의

 

제6장 이이의 현실인식과 개혁사상

제1절 이이의 역사관과 현실인식

제2절 이이의 개혁사상

제3절 이이의 사회개혁사상의 성격과 의의

 

제7장 이이의 신분관과 신분제도개혁론

제1절 이이의 신분관

제2절 신분제도의 개혁

 

제8장 왕도정치의 구현방안

제1절 이이의 왕도정치론

제2절 왕도정치 실현을 위한 개혁

 

제9장 이이의 경제개혁론

제1절 이이의 경제사상

제2절 이이의 경제개혁론

 

제10장 이이의 교육개혁론

제1절 이이의 학문관과 교육관

제2절 이이의 교육개혁론

 

제11장 이이의 국방사상과 병제개혁론

제1절 이이의 국방사상

제2절 병제개혁론

 

제12장 결론

 

이 목차를 『율곡의 사회개혁사상』과 비교해보면 제1부와 제2부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부의 내용이 앞으로 가 있다.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율곡의 사회개혁사상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제7장 율곡의 일생 제2장 개인적 배경
제8장 율곡의 시대 제3장 사회적 배경
제9장 사상적 배경 제4장 사상적 배경
제10장 율곡의 철학 제5장 이이의 사회사상의 철학적 기초

 

저자는 아마도 ‘율곡의 사회개혁사상’을 출판하면서 책 제목에 더 가까운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던 것 같다. 사회과학자의 전문서로서는 그런 구성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제1부에 ‘율곡과 사회개혁’내용을 배치하고 제2부에는 서론적인 내용 즉 ‘율곡의 시대, 율곡의 삶’을 집어넣고 뒤에 배치한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율곡의 사회개혁사상』 제1부의 구성은 매우 조직적이다. 조남국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율곡의 사회 개혁 사상을 신분제, 정치분야, 경제분야, 교육분야, 국방분야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교보문고의 ‘책 소개’난을 보면 이동인의 『율곡의 사회개혁사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가 있다.

 

“조선의 뛰어난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의 사상을 현대의 사회학자 시각에서 분석했다. 공리공론이 아닌, 경세를 위한 현실지향적 이념이었던 조선 유학을 통하여 조선의 시대와 사상을 새로이 인식하고 시대의 간격을 넘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도 과제로 남아있는 비용절감과 업무 추진의 효율을 위한 관공서의 구조조정,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 등에 대한 율곡의 문제 의식과 해법을 재조명했다. 율곡의 현실 인식과 개혁 사상, 신분제도, 정치 경제, 교육, 국방 및 병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율곡의 개혁 사상을 알아보고 당시 시대와 철학을 정리했다.”

 

‘사회학자의 시각’이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율곡의 개혁 사상을 알아보고 당시 시대와 철학을 정리했다.’고 하였다. ‘철학’은 역시 뒤에 나온다. 이 말은 율곡 철학에 대해서 저자가 소홀히 취급했다는 뜻이 아니라, 저자가 사회학자·사회과학자이기 때문에 저자는 자연스럽게 사회인식에 대해서 먼저 주목한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