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이가 구상하는 사회


소라이가 구상하는 사회

 

소라이: 저는 에도 시가지를 평화로운 시가지로 만들기 위해서 방법을 조금 달리 했습니다. 들어보시지요. 에도에는 원래 거리의 안전을 담당하는 책임 공무원도 있습니다. 그런데 에도 시가지 전체를, 그렇게 넓은 지역 전체에 걸쳐있는 도로를 겨우 한 두 사람의 담당자가 두루두루 통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도둑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있지요. 즉 방화나 도둑을 조사하는 공무원이 에도 시가지에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에도 거리를 한 두 조직의 공무원으로 구석구석 통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율곡: 그렇지요. 에도와 같이 큰 도시는 향촌의 시골마을과는 다르지요.

소라이: 옛날에 도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나카야마 카게유(中山勘解由, 1633∼1687)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주 엄격한 사나이였습니다. 그는 도둑을 체포하면 곧바로 사형시켜버렸지요. 그래서 도둑들이 무서워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에도에 막부를 설치한 초기의 지배 방법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무력과 권위를 보여줌으로써 나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조심하도록 한 조치였지요.

율곡: 법가주의이군요. 무사의 나라답습니다. 비웃는 것이 아니고 진실로 그렇습니다. 교육이 아니라 엄격한 법에 의해서 도둑을 제압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소라이: 그렇습니다. 그런 방법으로 모든 도둑을 전부 소탕해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당시의 엄격한 유풍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그런 제도가 남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때와 비교해보면 막부의 정치 방침도 변했습니다. 요즘 담당자들도 나카야마 카게유와 같은 사람은 아주 드물게 되었습니다. 또 시대가 평화롭게 되면서 무슨 일이든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이 숫자가 적은 인원으로는 에도 전체에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합니다.

율곡: 그렇지요. 많은 관료와 담당자들이 필요하겠지요.

소라이: 일본이나 중국 고대의 법제를 생각해보면 도둑이나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것은 궁성 수비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들은 일본에서 현재 경찰업무를 담당하는 요리키(與力)나 도신(同心)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수비대에서 형벌을 집행하는 일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선례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어떤 공무원이 형벌을 집행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뇌물을 주어서라도 죄를 면하려고 하는 것이 서민의 당연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비대는 체포하는 일만을 임무로 하고, 체포한 자는 형벌을 관장하는 다른 공무원에게 넘겨주어 그 공무원이 죄를 조사하여 살리든지 죽이든지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도둑 담당 공무원이 형벌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요리키나 도신이 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서 자기 멋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옛날의 법제와 다릅니다.

율곡: 소라이 선생님은 그런 문제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하셨군요. 행정의 달인이십니다.

소라이: 과찬이십니다. 계속 말씀드리면, 넓은 에도 시가지에서 무가(武家, 무사들)의 거주지나 일반 시민의 거주지에 숨어 있는 범죄자를 찾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죄인의 체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관리들을 양성해두고 그들이 범죄자를 찾는 전담 공무원으로서 직책을 수행해나가도록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범죄자를 적발하는 담당자가 사실은 원래 범죄자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범죄자를 적발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결국 여러 가지 나쁜 일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자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래의 제도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그런 직책에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임명된 자는 하는 수 없이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율곡: 결국 도둑에게 도둑을 잡게 하는 것이군요. 그러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도둑을 잡는 사람들이 도둑들과 결탁하면 근본적으로 도둑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요.

소라이: 그렇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요리키나 도신의 급료가 아주 적습니다. 옛날에는 그래도 편하게 생활할 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세상의 물가가 모두 크게 올랐기 때문에 누구나 생활이 곤란합니다. 특히 도신과 같은 낮은 신분의 관리는 급료로 가족을 부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 부업으로 여러 가지 세공물을 만들어 팔아 그 수입과 급료를 합하여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며 집을 보유하고 자기가 맡은 당번 근무를 수행합니다.

당번 근무라는 것은 한 달에 3일 정도인데, 이렇게 가벼운 근무를 수행하는 것조차도 위와 같은 실정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요리키나 도신과 달리 도둑 담당 조직에 소속된 경우라면, 겨우 한 조직이나 두 조직으로 도둑을 체포하기 때문에 매우 바쁩니다. 매일 밤이나 낮이나 요리키나 도신이 여기저기를 순회하면서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지요. 외출하려면 의복도 집에 있을 때와 다른 것을 입게 되고, 짚신이나 도시락 등에 들어가는 경비도 필요합니다. 너무 가혹한 업무지요.

율곡: 그것은 조선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지방 관리에게 충분한 급료를 못주니 지방 관리들이 어쩔 수 없이 백성들의 먹을 것을 빼앗게 되는 것이지요.

소라이: 예, 관리들이 매일 나가서 돌아다닌다면 안에서 근무할 틈이 없게 됩니다. 그것은 놔두고라도, 급료가 부족하니 무엇으로 부모와 처자를 부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신분의 관리에게 형벌의 권한을 맡기기 때문에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언제까지나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곤란합니다.

율곡: 그렇지요.

소라이: 이런 사태가 된 것은 막부의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이묘(大名)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지요.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귀하기 때문에, 아무리 재능이나 지혜가 있더라도 민간의 실정을 잘 모르고 아랫사람들의 생활 상황을 잘 알지 못합니다. 또 학문을 모르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시행한 옛 시대의 법제와 비교 고찰하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옛날부터 전해지는 관례의 형식만을 지키고 정무를 수행할 뿐입니다. 결국에 이치를 앞세워 살펴본다면 무리한 추진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율곡: 결국, 고위 관료들의 문제이고 군주를 둘러싼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소라이: 저는 그래서 바둑판에 질서 정연하게 선을 긋는 것처럼, 에도 전체를 잘 계획해서 확실하게 장악,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저의 핵심적인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무가(武家) 거주지가 있는 지역도 일반 시민의 거주지처럼 거리마다 나무로 만든 출입구, 즉 기도(木戶)를 설치하여 출입구마다 지키는 사람, 즉 ‘기도 담당(木戶番)’을 두는 것입니다. 지금은 일반 시민들만 그렇게 통제가 되어 있는데, 관료들인 무사들의 거주지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지요.

율곡: 역시 제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시군요.

소라이: 그렇습니다. 거리마다 담당자를 임명하여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각 거리에서 상담을 하도록 하고, 도둑이나 혹은 사체를 유기하는 자가 있다면 출입구를 닫도록 합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야간에 일어나면 각목을 부딪쳐 소리를 내거나 대나무 피리를 불어 인접한 거리 거리에 알리도록 합니다. 사전에 규칙을 정하는 것이지요. 또 무사들의 거주지마다 출입문을 설치하여 야간의 통행을 금지합니다. 영주(大名)가 아니거나 혹은 하인에게 창이라도 쥐어줄 수 있는 정도의 신분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특히 엄중하게 통과를 금지해야 합니다.

율곡: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소라이: 에도 시가지 전체를 이와 같이 합니다. 그래서 공무로 통행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고 개인적 일이라도 임신부나 급한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러 가는 산파, 즉 조산부(助産婦)나 혹은 의사 등을 보내고 맞이하는 경우에는 각 문마다 차례차례 확인하면서 통과시킵니다. 순차적으로 거리에서 거리로 통과시키거나 금지한다면 위에 소개한 여러 가지 나쁜 일들은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율곡: 하하, 백성들을 철저하게 시가지 내에 가두어서 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조선 사람들 같으면 바로 반란이 일어날 겁니다. 답답하다고.

소라이: 에도에서 모든 무가의 거주지는 원래 직무상 하나의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하나의 거주지에 모아서 거주시키려고 계획을 했습니다. 대번(大番 오반, 에도성의 경비대)이 원래 12조직으로 나뉘어 있는 것에 대응하여, 거리도 1번(一番) 거리에서 6번 거리까지 각각 바깥과 안쪽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12조직에 상응하는 12곳의 거리가 거주 구역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는 그 때는 대번팀(大番組)의 멤버인 번사들(番士, 당번이 된 무사)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소속되어 있는 요리키나 도신 등 하급 신분의 관리들도 함께 조직별로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직책으로 전근을 가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다시 새롭게 조직에 들어오는 경우, 그리고 직무에 과실이 있어 면직된 경우도 생기면서 그러한 질서가 흐트러지고 혼란스럽게 된 것입니다.

율곡: 신기한 제도가 있었군요. 하나의 마을이 정부의 한 조직에 대응하도록 짜여 있었군요.

소라이: 그렇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흐트러진 것이지요. 특히 권위가 있고,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자기들 마음에 맞는 거주지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이 제도가 혼란스럽게 되어 지금은 같은 직책이나 같은 조직에 속한 관리들이 서로 다른 곳으로 나뉘어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 결과 지금은 다른 직책이나 다른 조직의 사람들이 서로 이웃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조직의 무사가 무사(武士)로서의 인품이 갖추어져 있는지, 그 집안의 살림살이가 어떤지 서로 살펴볼 도리가 없게 되었지요.

율곡: 당연하게 그렇겠지요.

소라이: 같은 거리 안에서 살고 있다면 자기 집안의 상세한 일까지 무엇이든지 이웃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사이에 서로가 상세하게 안다고 하더라도, 직장에 출근하면 서로 다른 직책과 다른 조직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상호간에 간섭하지 않고, 한집 한집이 모두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사들은 매우 버릇없고 이기적이 되었으며 무슨 일이나 속박을 받지 않고 방탕하게 되었습니다.

율곡: 그러면 선생님의 제안은 무엇인지요?

소라이: 저는 그래서 어떻게든지 옛날의 법과 제도처럼, 번사들이나 요리키, 도신들도 모두 같은 조직에 속한 자들은 한 곳에 함께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조직의 대표자도 같은 곳에 거주를 시켜 다른 직책을 맡아 전근을 하거나, 신규로 자기 조직에 들어오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거주지를 바꾸어 주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조직의 대표자는 자기 조직에 속한 자의 사람 됨됨이라든지 뭐든지 상세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도둑 담당 관리 등이 자기 부하의 나쁜 일을 모르는 경우는 완전히 없어질 것입니다.

율곡: 다소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통제방법입니다.

소라이: 만약에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였는데도, 자기 조직에 소속한 사람들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조직을 맡은 책임자가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지 않으면 조직의 책임자로 누구를 임명한다 하더라도 훌륭하게 조직을 통솔해나갈 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이 거주지를 바꿔가면서, 그리고 조직의 책임자까지 한 곳에 거주를 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로 금방 실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거리마다 담당자를 정해두고 각거리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을 조직이나 직책과는 상관없이 정해둔 담당자가 모두 관리를 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율곡: 마치 현대 일본의 고반(交番)과 비슷하군요. 물론 기능은 많이 다르지만.

소라이: 그리고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로 친하게 교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의 풍속처럼 서로 허세를 부리고 집집마다 자기 멋대로 생활해서는 노름이나 시문(詩文)을 이용한 도박 등을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상속이나 양자에 관해서 거짓이 있는지 없는지도 조사할 수가 없으며, 개인의 행실이나 살림살이가 엉망이라고 하더라도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직급이 낮은 무사이면서 집을 지키는 가족이나 하인이 많지 않을 경우, 만일 화재가 발생하거나 도둑이 들었을 때에 혹은 부하들이 서로 싸움을 할 때에는 그런 사태를 장악하고 처리할 사람이 없어 매우 불편합니다.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둔다면, 바둑판에 미리 줄을 그어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 뒤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바둑을 둘 수가 있는 것처럼 조직적으로 일을 처리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와 같이 한다면 처음에는 그것이 부자유스럽게 생각되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회 풍속으로 자기들 멋대로 하는 일에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지장이 생기는 일도 있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에도 시가지는 결국 평온하게 되고 치안이 잘 유지될 것입니다.

율곡: 전부 듣고 보니 매우 이상한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농공상을 말씀하시면서 사회전체가 군사조직에 가깝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 생각으로는 이상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소라이: 그렇게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아마도 많은 일본사람들은 선생님처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도 아닙니다. 이미 일부는 에도시대 초기에 시도했던 제도이기 때문이지요.

율곡: 알겠습니다. 선생님은 제도와 법률에 의해서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뜻을 잘 알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생각과는 반대 지점에 서 있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