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어떻게 생겨났나?


 

별은 어떻게 생겨났나?

 

날에 어린이들이 처음 글을 배울 때 읽었던 『계몽편』 같은 책을 보면,

“해와 달과 별은 하늘에 걸려 있다
(日月星辰者, 天之所係也).”

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걸려 있다는 것은 마치 벽에 액자나 거울이 걸려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왜 이렇게 표현하였을까?

이것은 아마도 인간들이 살고 있는 네모진 땅보다 해와 달과 별의 크기가 작아서 둥근 하늘에 달려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시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몰랐고 네모진 땅을 둥근 하늘이 덮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므로 해와 달과 별은 둥근 하늘에 붙어서 하늘이 돌 때 따라 도는 것으로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율곡의 「천도책」에 보이는 다음의 질문은 그런 생각이 반영 되어 있다.

 

“혹자가 말하기를 ‘만물의 정기(精氣)가 올라가서 여러 별이 된다.’ 하는데, 이 말은 또한 무엇을 근거한 것인가?”

 

정기(精氣)란 만물을 생성하는 원기(元氣)로서 해당 사물의 진수(眞髓)이다. 가령 사람의 정기란 생명의 에너지가 되는 물질로 인체의 생명이나 수명 및 건강과도 관계가 되며, 후손을 생성할 수 있는 물질로 알았다. 따라서 이런 만물의 정기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는 설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다분히 민간에서 생각하는 신화 또는 민간신앙과 관계가 있다. 가령 사람이 죽어서 별이 되었다거나 또는 어떤 사물이 별이 되었다는 것인데, 그냥 막연히 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을 이루었던 정기가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정기가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것은 나름의 근거를 표현한 말이다. 그냥 별이 되었다는 것과 정기가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는데, 옛사람들이 생각한 하늘의 별이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무한한 우주 속의 그것이 아니라, 땅을 덮고 있는 거리에 있는 하늘에 걸려 있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런 견해를 두고 율곡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민간의 신화나 설화를 믿었을까?

 

“만물의 정기(精氣)가 위로 올라가 많은 별이 된다는 설에 대해서는 저는 마음속으로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별들은 오행의 정(精)이요, 스스로 그러한 기(氣)입니다. 저는 어떤 물건의 정기가 어떤 별이 되었다고 알지 못합니다. 팔준(八駿)이 방성(房星)의 정기가 되었고, 부열(傅說)이 죽어서 별이 되었다는 것 따위는 이른바 산과 물과 큰 땅이 그림자를 푸른 하늘에 보낸다고 말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는 선비가 믿을 바가 아닙니다. 별의 기운은 기가 허(虛)하여 엉긴 것입니다. 그것이 때로는 음기가 맺히지 못한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떨어져서 돌이 되기도 하고, 언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제가 소자(邵子)에게 들었으나, 만물의 정기(精氣)가 별이 된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율곡은 일단 그런 견해를 찬성하지 않는다. 먼저 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근거를 밝힌다. 별들이 오행의 정(精)이라고 한 것은 각각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의 정기(精氣)를 갖는 별이 있음을 말한다. 앞에서 말한 오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오행의 정(精)도 기이므로 그 기가 스스로 모여서 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또 ‘별의 기운은 기가 허하여 엉긴 것’이라는 말은 기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태양은 양기가 모여서, 달은 음의 기가 모여서 된 것으로 이것은 기가 크게 모인 모습이지만, 기가 흩어져 허한 경우는 모여 보았자 작은 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음기이지만 제대로 크게 엉기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자, 이런 관점에서 먼저 ‘팔준(八駿)이 방성(房星)의 정기가 되었다는 것’을 근거 없다고 본다. 팔준은 천하에 뛰어난 여덟 종류의 명마로 도려(盜驪), 백의(白義), 적기(赤驥), 적도마(赤盜馬, 또는 적토마) 거황(渠黃), 녹이(綠耳), 화류(華騮), 유륜(踰輪), 산자(山子)가 그것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도 8마리의 준마를 가졌는데 횡운골(橫雲鶻), 유린청(遊麟靑), 추풍오(追風烏), 발전자(發電赭), 용등자(龍騰紫), 응상백(凝霜白), 사자황(獅子黃), 현표(玄豹)가 그것이다. 방성이란 이십팔수(二十八宿)의 넷째 별자리의 별들로 말의 수호신(守護神)으로 상징(象徵)되고 있다.

또 ‘부열이 죽어서 별이 되었다.’는 말도 믿을 수 없다고 했는데, 부열은 중국(中國) 은(殷)나라 고종(高宗) 때의 재상으로 죽은 뒤 기성(箕星)을 타고 하늘에 올라 부열성(傅說星)이 되었는데, 후궁(後宮)들이 아들 낳기를 원할 때 이 별에 제사 지낸다고 전해지고 있다.

민간에 전해지는 이런 신화적인 이야기는 당시 기철학적 전통에서 볼 때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비록 만물의 정기(精氣)가 별이 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별이 떨어져 돌이나 언덕이 되기도 한다는 말은 들어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이 말은 북송의 철학자 소자(邵子) 곧 소옹(邵雍)에게서 들은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날 과학적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하늘에서 운석이 타면서 떨어지다가 남은 경우가 그것이다. 일례로 얼마 전 2014년 3월 9일 한반도 상공에서 경남 진주 지방에 떨어진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큰 운석이나 소행성이 땅에 떨어지면 중앙은 땅이 움푹 파이면서 땅속으로 들어가지만 바깥부분은 마치 언덕처럼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다.

사실 별은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물질 곧 대부분이 수소가스가 중력에 의하여 뭉치면서 생겨난다. 그것이 뭉쳐서 거대한 공처럼 되면 중심부는 압력을 받아 수축하며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는데, 내부 온도가 크게 올라가면 수소 핵들이 결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빛과 열을 내어 별이 된다. 그러니까 태양도 별인 것이다. 다만 가까이 있기 때문에 커 보이는 것이지, 멀리 있다면 하나의 점처럼 보여 지금 우리가 하늘의 작은 별을 보듯이 작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핵융합 반응이 계속되다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폭발하여 초신성(동양에서는 客星라 부름)이 되고, 그 폭발의 충격파에 의하여 다시 수소가스가 뭉치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물론 최근에 알게 된 별의 탄생과 소멸과정을 알았을 리 없었던 당시는 별을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었지만, 유학 특유의 합리성 때문에 신화적이거나 미신적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