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景星)과 혜성(彗星)


 

경성(景星)과 혜성(彗星)

 

성술(占星術)을 아는가?

점성술이란 천체현상을 관찰하여 인간의 운명이나 장래를 점치는 방법을 말한다. 점성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인도와 중국에서도 성행했다. 중국에서는 점성술이 전쟁, 왕조의 흥망, 지배자의 명운, 또는 가뭄·홍수·기근 등에 관한 예조를 일식과 월식, 햇무리나 달무리, 여러 혹성의 이합과 집산, 특정 별자리의 위치, 신성·혜성·유성의 출현 등에 의해서 점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앞에서 말했던 일식과 월식도 일종의 점성술과 관련되어 있지만, 분야설(分野說)도 전형적인 점성술과 관계된다. 분야설이란 태양이 도는 하늘의 적도를 12등분하거나 28수의 별자리를 중국의 땅에 연결시켜 그 별자리에서 일어나는 별의 이동과 이변을 해당되는 지역의 일과 연관시킨 이론이다.

오늘날은 자연과학이 발달하여 하늘의 별자리의 이동과 인간사회의 일은 전혀 무관하다고 알고 있지만, 별의 이동에 따라 인간사회의 일이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미신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자연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하늘에서 생긴 일이 땅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물론 종교가 신학적으로 발전하기 이전에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하늘의 뜻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주의하고 항상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늘을 관찰하는 관직을 두기도 하여 역대 왕들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점성술이 생겼을까? 처음부터 특정한 별의 이동이 어떤 사건을 일으킨다고 여겼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전쟁이나 기근 또는 홍수 등의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별자리를 계속해서 관찰하고 기억해 두었다가 정리하여, 거꾸로 그런 별자리의 이동이 있을 때 이런 사건들이 생긴다고 믿었을 것이다. 특히 태양계의 떠돌이별 가운데 목성은 태양이 지나는 황도를 12년마다 한 바퀴 씩 돌므로, 목성이나 화성 등이 특정한 별자리와 겹치는 때 일어났던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해서 이런 점성술이 형성되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것도 있다. 왜냐하면 지구가 공전하면서 별이 보이는 밤의 특정한 시각에 특정한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가 계절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곧 특정한 계절에 따라 홍수나 가뭄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점성술이 어떻게 과거시험문제에 녹아들어 갔을까? 율곡의 「천도책」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보인다.

 

“경성(景星)은 언제 나타나며 혜성(彗星)은 또 언제 출현했는가?”

 

경성은 경사스런 별이다. 『사기』의 「천관서(天官書)」에는 그 모양이 일정치 않고 도(道)가 있는 나라에 나타난다고 알려진 상서로운 별을 가리키고 있다. 다시 말해 경성이 출현하면 나라 안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혜성은 요사스런 별이란 뜻의 요성(妖星)으로, 요성에는 또 패성(孛星)이 있는데 그것은 혜성의 일종으로 꼬리가 분명치 않거나 꼬리가 없는 혜성인데 전통적으로 전쟁의 징조로 보았다. 그리고 유성(流星)도 요성에 포함되는데, 모두 재앙이나 재해의 징조를 나타낸다고 여겼다. 예부터 중국을 비롯한 모든 왕조에서는 이 혜성이 나타나면 왕조가 바뀌는 재앙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난다고 불길하게 여기고 있었다.

잘 알다시피 유성은 우주의 소행성이나 잔해물들이 지구에 진입하면서 지구대기와 마찰로 타면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고, 혜성은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며 다양한 주기를 가진다. 혜성은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불이 아니라 태양에 접근하면서 혜성의 핵 표면에서 드라이아이스, 암모니아, 얼음의 순으로 일어나는 증발 현상이다. 이것과 먼지가 섞여 혜성의 대기를 형성하는 데 이것을 코마(coma)로 부른다. 혜성의 꼬리에는 먼지꼬리와 이온꼬리가 있다고 한다. 먼지꼬리는 태양의 복사압으로 혜성의 대기 곧 코마 속의 먼지들이 궤도상에 뿌려지면서 생겨나는데 혜성의 진행방향과 반대에 생긴다. 이온꼬리는 태양 반대 방향으로 코마 내의 증발된 이온분자들이 밀려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태양에 가까울수록 길어진다.

어쨌든 이 질문에 대한 율곡의 답은 이렇다.

 

“상서로운 별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변괴를 알리는 별도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경성(景星)은 반드시 밝은 세상에 나타나고, 혜패(彗孛)는 반드시 쇠퇴한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순(舜)임금의 다스림이 밝은 세상에는 경성이 나타났고, 혼란한 춘추시대에는 혜패가 나타났습니다. 순임금 때와 같이 잘 다스린 시대가 한 번 뿐이 아니며, 춘추와 같이 어지러운 시대도 한 번만이 아닌데, 어찌 일일이 들어 진술하겠습니까?”

 

경성은 순임금 시대처럼 잘 다스려진 때에 출현하고 혜성과 패성은 춘추전국 시대처럼 어지러운 시대에 등장한다고 답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혜성을 율곡은 몰랐을까? 내가 보기에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겨우 1707년에 와서야 핼리(Edmund Halley)는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큰 혜성이 한결같이 같은 것으로, 76년을 주기로 출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서양에서도 혜성이 주기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몰랐다. 1633년에 중국에서 예수회선교사가 저술한 『공제격치(空際格致)』에서 혜성은 단지 공기가 공중에서 타는 것으로 기술했다. 이 책은 당시 서양과학을 정리한 책이었다.

조선후기 홍대용은 『의산문답』에서 “유성과 혜성에는 한 가지 원인만이 아니다. 공중에서 엉겨 붙어 이루어진 것도 있고, 각 별들의 기운이 서로 밀고 마찰하여 이루어진 것도 있고, 물처럼 흐르는 별들의 남은 기가 흘러 다니면서 이루어진 것도 있으니, 이러한 것들이 모두 원인이 되어 이룬 소치이다.”라고 하여 과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또 “다만 인간과 땅의 기운이 그 조화를 극진히 하여 이루어진 것은 경사스런 별의 무리이고, 인간과 땅의 기운이 그 일정함을 잃어 이루어진 것이 혜성의 무리이다.”라고 하여 율곡의 관점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조선후기 최한기에 와서야 비로소 혜성에는 주기가 있으며 여러 종류가 있고, 단지 천문현상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율곡이나 홍대용처럼 인간의 일과 자연현상을 결부시키는 것은 전한의 동중서(董仲舒) 이후의 전통이지만, 자연의 일과 인간의 일이 상관없다는 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이렇게 말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좀 더 기다리며 다음 글을 읽어 보자.